일자리 터전으로 부각되는 경로당
일자리 터전으로 부각되는 경로당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4.14 15:33
  • 호수 1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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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골 돗자리 수공예·짚풀공예·쇼핑백 만들기·상자 접기 등

▲ 서울 강북구 한신경로당 어르신들이 쇼핑백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경로당이 변하고 있다.

경로당은 그동안 변변한 여가문화 없이 단순히 소일하는 공간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어르신들의 일자리 터전으로 바뀌면서 소득 창출은 물론 친목도모, 건강 증진 등 활기찬 노후를 지원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 서면 모곡4리 어르신들은 겨울철 농한기가 되면 어김없이 경로당을 찾는다. 왕골을 이용해 돗자리를 만드는가 하면 짚신을 비롯해 망태기, 멍석 등 공예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어르신들이 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한 지 어느덧 7년이 지났다. 대한노인회 홍천군지회 취업지원센터가 어르신들의 여가문화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왕골 및 짚을 이용한 공예를 제안하면서 경로당이 작업공간으로 변모했다.

공예작업에 참여하는 어르신은 30여명. 10여명의 어르신들이 왕골 돗자리와 짚공예품을 만들면 나머지 어르신들이 잔일을 돕는다. 평균연령은 70대 중반. 젊은 시절 자연스럽게 익힌 솜씨를 마음껏 발휘한다.

왕골은 경로당을 공동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토지에 직접 재배, 수확한다. 왕골 돗자리는 수확한 뒤 쪼개고, 말려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작업. 하지만 돗자리 한 장당 10여만원을 호가해 농한기 효자 수입원이다. 성과가 좋을 땐 장당 15만원씩 30장까지 생산한 적도 있다. 왕골 못지않게 짚공예품도 인기가 많다.

특히 어르신들은 경로당에 왕골 돗자리를 비롯해 짚공예, 농기구들을 전시해 어린이들이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노인회 홍천군지회 조병은(65) 취업지원센터장은 “경로당이 공예품 작업 장소로 활용되면서 활기를 찾게 됐다”며 “최근엔 어르신들이 공예품을 판매한 수입으로 여행도 다니면서 회원들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쇼핑백 만들기, 상자 접기, 티슈 포장 등 업체와 연계, 틈틈이 소일거리를 찾아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로당도 있다. 대한노인회 서울 강북구지회 산하 한신·제일·원송·솔샘·운산·본5단지·88경로당 등 7개 경로당이 바로 그곳이다.

이같은 소일거리는 대한노인회 강북구지회 취업지원센터가 경로당에서 무의미하게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들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경로당을 공동작업장으로 활성화하고자 마련됐다.

취업지원센터는 구청, 벼룩시장, 현수막, 광고 등 다각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일거리 제공업체를 찾아 경로당과 연계, 일자리를 제공했다.

소일거리는 성별이나 연령 등 특별한 자격조건을 갖추지 않고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현재 7개 경로당에서 80여명의 어르신들이 활동하고 있다. 대다수가 여성 어르신들로, 평균연령은 80대 중반이다. 어르신들이 하는 일은 주로 쇼핑백 완성하기, 옷 손질, 양말포장, 상자접기 등 단순작업이지만 보람은 크다. 적게는 5만원부터 많게는 30만원까지 용돈도 번다.

대한노인회 인천 남동구지회 취업지원센터도 인천 만수2동 신동아아파트를 비롯해 만수1동 경로당 등 7개 경로당 9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쇼핑백 만들기, 티슈 포장, 볼트너트 조립, 가발완성 등 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경로당 일자리 사업은 2006년부터 활성화돼 현재 ‘사랑나눔일터공동작업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금선(50) 강북구지회 취업지원센터장은 “어르신들은 일을 하면서 시간도 빨리 가고 아픈 것도 잊어버려 좋다고 하신다”며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손자들 용돈도 챙겨줄 수 있어 행복해 하신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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