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10] 우리나라 상복은 흑색이 아니라 백색 옷
[한국의전통色이야기 10] 우리나라 상복은 흑색이 아니라 백색 옷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2.05.30 10:13
  • 호수 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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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복칙몽흑(起復則蒙黑)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상복(喪服)은 백색(白 또는 素)이다. 기복칙몽흑(起復則蒙黑)의 기복(起復)은 부모의 상(喪) 중에 있는 사람이 벼슬에 나가는 기복출사(起復出仕)의 준말이다. 즉 상복을 입는 효심을 빼앗아(奪情, 탈정) 나라에 봉사하게 하는 것(奪情起復, 탈정기복)을 말한다. 몽흑(蒙黑)은 흑(黑)색 옷을 입는다(蒙)는 뜻으로서 상복을 입고 조정에 나아가 정무를 볼 수 없으니 흑색을 입도록 한 것이다. 

흑색 옷 입고 관청 근무 비난

◎ 환도할 때 경성의 백성들 중에 상복을 입은 자가 없었다. 흉악한 적들에게 죽은 자가 틀림없이 많았을 것인데 상복을 입지 않았기에 괴이하게 여기고 전교하였었다. 비록 전쟁 때라지만 법사(法司)에서는 잘못을 바로잡아 상복을 입게 하라. (......) 부모의 상중에 있는 자가 고기를 먹고, 기복출사하여 흑색 옷 입으니(起復則蒙黑) 점점 오랑캐의 풍습에 물들고 있습니다.<선조 27년> 

◎ OOO은 어머니 상(喪)을 당하고도 기복출사하여 관청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공무를 집행하면서 먹색(墨色, 묵색)철릭을 입고 정사에 참여하였다. 난리 중에 군사에 관한 직무로 기복출사했다면 오히려 핑계라도 되겠지만, OOO의 경우는 녹봉을 탐내었으므로 사람의 도리를 회복할 수 없다.<선조 39년> 

◎ 한명련 등은 임금의 지시에 따라 기복출사를 허락하여 올라오게 하였습니다. 그밖에 상중에 있으면서 힘을 다해 싸운 장사들도 해당 육조로 하여금 골라서 뽑도록 하였습니다. (......) 신들이 각각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장수의 재목으로 쓸 만한 사람을 천거하라는 일은 좌의정 이항복이 출사하기를 기다려 함께 의논하여 처리하겠습니다.<광해 1년> 

흑색 옷은 길한 옷으로 보기도

한국사에는 흑(黑)색 옷이 오히려 길복(吉服)으로 사용된 기록이 많다. 

◎ 세조 비의 존호를 올릴 때, (......) 내일은 상께서 곤룡포를 입으실 수 없으니 마땅히 익선관-흑의(黑衣) 차림으로 백관을 거느리시고 예를 거행하소서.<신숙주/예종 1년> 

◎ 흑의(黑衣)는 순전히 길복(吉服)은 아닙니다. 옛 사람들이 길례(吉禮)와 흉례(凶禮)를 참작하여 그 제도를 정한 것입니다. 이번 국상(國喪)에는 단지 겉옷만 단자를 사용하시고, 속옷은 순전히 면주(綿紬)를 사용하시면 이치와 체면에 맞고 인정과 도리에도 합당하니 하교가 이치에 합당합니다.<명종 즉위년> 

◎ 지봉유설에 조정신하는 무거운 곳에서 흑의(黑衣)를, 가벼운 곳에서는 홍의(紅衣)를 입었습니다.(重處着黑輕處着紅)<영조 17년> 

◎ 조참과 상참 때 반드시 흑의를 입는 것은 대개 흑색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가벼운 것을 버리고 무거운 것을 따르고자 한다.<고종 21년> 

중국은 무늬 없는 흑색 옷을 소복(素服/상복)으로 사용하지만(中朝人以無紋黑衣爲素服), 우리나라는 백색을 상복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장례 때 모두 흑색 옷을 입으니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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