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정들었던 펜을 내려놓으며
[백세시대 / 기고] 정들었던 펜을 내려놓으며
  • 임종선 수필가
  • 승인 2022.05.30 10:29
  • 호수 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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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선 수필가
임종선 수필가

절필(絶筆)보다 졸필(拙筆)이라도 창작활동을 계속해야겠다고 다짐했던 때가 1년이 지난 것 같다. 늘그막에 창작활동을 한 지 20여년, 구순의 문턱에서 졸필이 아닌 절필이라니. 1년 동안에 건강이 나약해진 내 모습이 한없이 서글프고 자괴감이 앞선다. 

오늘따라 필묵을 잡은 손이 더욱 무겁고 버거운 느낌이 든 것은, 생로병사와 자연의 섭리를 거역할 수 없는 우리 인간의 한계를 실감케 하는 현실이리라.

원고 청탁이 오면 반가웠던 새내기 문학인의 흐뭇하고 자부심이 많았던 때에 비해, 요즘에는 버겁고 보람보다도 의욕을 상실한 기분이 앞선다. 문학을 시작할 즈음 간암과 사투를 벌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마저 투병하면서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지독한 상황에서 생에 대한 애착과 의욕을 붙들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오직 문학에 대한 애정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보잘 것 없는 새내기 문학작품이지만 재미있게 봤다는 축하와 격려 전화를 보내준 독자들에게 항상 감사를 드린다. 문학에 대한 애착을 북돋아 주면서 건강을 현 상태로 유지해주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전남대 조선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을 수료한 후 수필문학 등단, 문예시대 시조등단과 함께 수필집 ‘멋진 인생’, ‘당신이 있었기에’, ‘아직도 내 곁에 있는 세월’ 등을 출판하면서  문학활동의 황금기와 인생의 화려한 일면을 장식했다고 자부한다.

처녀 시조집을 출판하기 위해서 준비하던 도중에 여건상 보류한 점은 아쉬운 후회로 남는다. ‘아시아 서석문학상’, ‘정심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늦깎이 문학 활동에 큰 보람을 갖게 했다.

근래에 가장 마음 아팠던 건 정성들여 창간한 문학집 첫머리에 ‘임종선 혜존’이라는 인사말과 함께 많은 문우님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문집들을 머리말이나 소재만을 읽고 몇 년 동안 서재에 넣어둔 것이다.  

연약해진 건강과 아내의 간병 때문에 1개월 전 부득이하게 서재를 정리하면서 빈 박스에 소중한 창작물을 넣는 매정한 선택을 해야 했다.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부디 사랑받는 이야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동안에 부족한 작품임에도 격려와 축하를 보내주셨던 독자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며 절필해야 하는 절박한 서글픈 현실에서도 혹 건강이 회복되거나 여건이 호전되기를 기대해 본다.[백세시대=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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