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돌아온 ‘2022 서울노인국제영화제’… 자산 증여 갈등 그린 ‘딜레마’, 노인감독 부문 대상
2년만에 돌아온 ‘2022 서울노인국제영화제’… 자산 증여 갈등 그린 ‘딜레마’, 노인감독 부문 대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5.30 11:01
  • 호수 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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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국제노인영화제’ 노인감독부문에는 69편이 출품돼 각축을 벌였고 김길수 감독(오른쪽 3번째)이 연출한 ‘딜레마’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2022 서울국제노인영화제’ 노인감독부문에는 69편이 출품돼 각축을 벌였고 김길수 감독(오른쪽 3번째)이 연출한 ‘딜레마’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역대 최다 국내단편 청년 663편, 노인 69편 출품… 국제부문도 3055편 경쟁

노인 부문, 부양 문제‧코로나 이슈 등 다뤄… 청년부문, 죽음에 대한 생각 담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바둑을 두며 평온하게 노후를 보내던 한 노인에게 어느 날 아들이 찾아와 사업자금을 요구한다.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한 후 비참하게 여생을 보낸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그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이때 그의 친구가 자식에게 ‘효도계약서’를 받으라고 조언한다. 결국 노인은 자식에게 효도계약서를 쓰자 말하고 부자간의 갈등은 폭발한다. 2022 서울국제노인영화제 국내단편경쟁 노인부문 본선에 오른 ‘딜레마’(감독 김길수)의 이야기다. 신선하면서도 ‘웃픈’ 소재를 노인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올해 국내단편 노인부문 대상을 수상한다.

노인부문과 청년부분 대상을 각각 차지한 ‘딜레마’의 한 장면.
노인부문 대상을 차지한 ‘딜레마’의 한 장면.

‘서울노인영화제’에서 이름을 바꿔 2년만에 돌아온 ‘2022 서울국제노인영화제’가 23일 시상식을 끝으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서울국제노인영화제는 노년의 삶을 영화로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영화 축제를 목표로 한다. 노인 감독에게는 영화 제작의 기회를, 청년 감독에게는 노년 세대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고민을 담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회인 2008년부터 국내 영화 출품만 받다가 2019년부터는 해외작품도 출품받으며 도약했고 2021년에는 영화제 명칭을 바꿔 국제영화제로 새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영화제가 연기돼 10월에 열리던 영화제를 해를 넘겨 올 5월에 열리게 됐다. 

올해 영화제 주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반영해 ‘오히려 좋아’로 잡았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오히려 큰 그림을 그리며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의미이다. ‘지금의 힘든 상황도 나중에 더 좋은 경험이 될 거야’라는 응원을 담았다.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진행된 올해 영화제에서는 첫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서울 종로구 CGV피카디리1958과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장편 영화 7편과 단편 77편, 모두 84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올해 개막작은 페르난데스 콘스탄자 감독의 칠레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하찮음’이다. 냉철한 노년의 의사가 난치병 환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의사에서 환자로, 순식간에 사회적 약자가 된 주인공은 사회의 부조리를 체감하게 되고 그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다. 주제는 다소 무겁지만, 이야기는 유쾌하게 풀어내며 큰 공감을 자아냈다.

경쟁부문에는 국내단편 청년부문 663편, 노인부문 69편 등 총 732편이 출품됐다. 국제 단편 경쟁도 123개국 총 3055편이 출품돼 매년 최다 출품작 수를 갱신하는 역사를 이어갔다. 본선 진출작으로 노인감독 9명, 청년감독 18명이 선정됐다. 개막식에서는 본선진출 감독들에게 서울시장 표창장이 수여됐다. 

올해 출품된 노인 감독의 단편들은 가족 관계나 부양 문제, 혹은 코로나19 등 사회 이슈를 담은 작품이 많았고, 청년 감독은 죽음에 대한 생각, 사회적 갈등과 규정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 많았다.

또한 관객이 영화감독과 배우를 직접 만나 대화를 주고받는 GV(관객과의 대화) 상영을 마련해 작품 제작의 뒷이야기, 기획 의도, 내재된 의미 등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직접 묻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21일 진행된 ‘2022 서울국제노인영화제’ GV에서 ‘딜레마’를 연출한 김길수 감독은 “요즘엔 부모자식 간 유대관계가 예전 같지 않고 재산분쟁도 많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자매들의 밤’의 한 장면.
‘자매들의 밤’의 한 장면.

영화제 마지막날인 23일에는 경쟁부문 시상식이 진행됐다. 청년부문 대상은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모인 다섯 명의 자매들을 영상에 담은 김보람 감독의 ‘자매들의 밤’이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국제단편 경쟁부문 대상은 양로원의 일상을 연필로 그린 사무엘 파테와 실뱅 모네 감독의 ‘껍질’이 수상했다.

한국단편 노인 감독 우수상은 ‘어느 대장장이의 다짐’이, 청년감독 우수상은 ‘김정임씨의 막내소녀’가, 국제단편 우수상은 ‘노 모어 노 크라이’가 수상했다. 이밖에 ‘호동할매, 박말상’과 ‘제사이야기’, ‘반신불수 가족’, ‘94세 코로나 일기’ 등 다양한 작품들이 각종 특별상을 받았다.

영화제를 주관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장이자 영화제집행위원장인 희유 스님은 “5일간 진행된 올해 서울국제노인영화제를 통해 힘든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긍정의 힘과 지혜를 얻기 바란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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