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순 대한노인회 경기 화성시지회장 “경로당 수 전국 최고 수준… 융통성 있는 정관·규정 필요해”
박학순 대한노인회 경기 화성시지회장 “경로당 수 전국 최고 수준… 융통성 있는 정관·규정 필요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6.03 16:00
  • 호수 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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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대학 수 11개, 매년 졸업생도 2000명에 달해… 수료식도 한달간 치러 

시장 후보들에 20억원 예산 요구… 분회장·경로당 회장 수당 30만원으로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지회장이 의료보험도 안 되는데다, 원 단위 결재서류에까지 도장을 찍어야 한다니….”

5월 20일, 박학순(77) 대한노인회 경기 화성시지화장은 노인회가 정부 차원의 일을 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처우가 이뤄지지 않은 채 비합리적으로 운영된다고 이같이 비판했다. 

박 지회장은 “시의 보조도 국민혈세이니 허투루 쓰면 안 되는 건 당연하지만 남은 운영비를 반납하는 건 문제가 많다”며 “감사를 상·하반기에 한 번씩, 또는 일 년에 한 번 하는 식으로 간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사용하지 못한 예산을 반납해야 했던 최근의 일들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경기 화성시지회는 경로당 수가 경기도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가장 많은 지회 중 하나다. 700개에 달한다. 화성 시민은 89만여명, 노인인구는 9만여명이며 대한노인회 회원은 3만2549명이다. 

박 지회장은 2022년 3월에 12대 지회장에 취임했다. 서신농업협동조합장(6·7·8대), 경기남부수협조합장(14·15·16대)을 거쳐 경기도 수산조정위원회 위원, 경기도 농어촌발전심의의회 위원 등을 지냈다. 수산업 우수경영자상, 산업포상(어촌소득증대) 등을 수상했다.

-화성시는 어떤 도시인가.

“제부도에서 18대째 살면서 개인적으로 축복이라고 여긴다.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끼고 있다. 전곡항에서 국제요트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수원 영통, 오산, 안산 반월도 과거엔 화성에 속했다. 땅 넓고 바다가 있으니 공기 좋고 먹거리 많아 보약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노인대학이 11개나 된다. 

“지역이 넓다보니 많아졌다. 매년 2000명 가까이 배출하고 시 예산지원도 4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노인대학 수가 더 늘어날까.

“지금 있는 대학을 잘 운용해야지.”

노인대학 수가 많은 탓에 모든 대학의 수료식만도 한 달여가 걸린다. 역대 지회장들은 노인대학 입·수료식 참석이 가장 큰 일 중 하나였다. 그때마다 화성시장, 화성시의회 의장, 지역 국회의원 등의 참석도 정례화 됐다.

-취임한지 두 달 됐다. 해보니 어떠신가.

“힘들고 어려운 일은 없다. 노인회장이란 자리가 화성시하고 소통을 잘해 노인들의 요구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학순 경기 화성시지회장(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박 지회장 오른편이 홍정남 사무국장.
박학순 경기 화성시지회장(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박 지회장 오른편이 홍정남 사무국장.

-지회 현안은 무엇인가.

“지난 5월 16일, 가평에서 열린 신임 지회장 간담회 자리에서 김호일 중앙회장의 제안에 따라 행사 날짜를 넣어 만든 ‘5·16 친목회’의 회장을 맡게 됐다. 분기마다 모임을 갖자고 했더니 제주 등에선 거리 상 난색을 표해 당장은 가까운 경기도만이라도 모일까 한다. 그날 행사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어떤 점에서인가.

“정보 교환이다. 자기 집에서 먹는 간장이 짠지 싱거운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타 지회 복지현황에 대해 잘 모른다. 양평·가평 등은 노인인구가 20만명도 안되지만 복지증진이 더 잘 돼 있더라. 몇몇 지회는 경로당 회장들에게 활동비를 15만원씩 지원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우리는 5만원씩 지원해주고 있는데 앞으로 15만원으로 인상하고 2년 후 30만원으로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년 후 경로당 회장 활동비 30만원 지원이 가능할까.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 후보들이 모두 이곳을 찾아왔을 때 노인회에 20억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그것으로 분회장, 경로당 회장 수당 문제는 해결된다. 그 정도는 시장의 재량에 달려 있어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만약 시의회에서 누군가가 반대한다면 나에게 맡겨 달라고 으름장을 놓았다(웃음).”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편히 쉬는 공간이란 점에서 특별한 시설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장기나 두면서 시간 때우기 보다는 회원 모두가 즐겁고 친목도 두터워지는 재밌는 프로그램을 많이 보급했으면 한다.”

-예를 들면 어떤 프로그램인가.

“중앙회나 연합회가 주관해 대한노인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탤런트 김성환 같은 분들을 출연시켜 흥겨운 연예프로그램을 제작해 전국에 보급해줬으면 좋지 않을까. 일개 지회에서 그런 걸 하기엔 예산 등 문제가 따른다. 노인대학에서도 그런 프로그램을 방영하면 훨씬 교육적일 테다.”  

박학순 화성시지회장은 28세에 마을이장을 했다. 군 재대 후 얼마 안 있다가 예비군 중대장도 맡았다. 청년 이장, 청년 예비군 중대장은 아무나 맡는 자리가 아니다. 리더십과 소통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은 후에는 밑바닥서부터 단계를 착실히 밟아 올라왔다. 경로당 총무, 경로당 회장, 분회장, 지회 자문위원과 부회장 등을 두루 거친 것이다.

-이른 나이에 마을이장, 예비군 중대장이 어떻게 가능했나.

“어르신들이 해보라고 권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보다는 바른 인간성을 바탕으로 한 경륜이 지역봉사에는 더 필요한 자격요건이라고 본다.”    

-농협·수협조합장도 각각 세 차례 역임했다. 에피소드라면. 

“45세에 농협조합장을 맡아 55세에 마치고, 바로 수협장으로 나가 65세에 마쳤다. 수협장을 처음 맡았을 때 직원 300여명, 자산 규모가 3000만원 정도였다. 나올 때는 450명, 2조원으로 키워놓았다.”

-비결은.

“직원 복지를 우선순위에 두고 책임은 내가 졌다. 더 이상 수협의 위상과 체면에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전임자 때의 일로 인해)대신 5개월 옥살이를 한 적도 있다. 나중에 무혐의로 밝혀졌지만 수협을 나온 지 15년이 됐어도 여전히 그 얘기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노인들에게 드리는 부탁의 말씀은.

“나이로 무조건 내리 누르면 안 된다. 시대가 바뀐 걸 알아야 한다. 요즘 나이 어린 손자들도 ‘할아버지, 그건 아닌데요’라고 거스른다. 경로당도 남에게 의존하기에 앞서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스스로 풀어가기를 바란다.” 

-중앙회에 건의할 사항은.

“대한노인회 정관·규정을 융통성 있게 해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경로당 수가 많아 한 번 모이려면 장소, 비용 등의 문제가 만만치 않다. 결산 총회 같은 경우 경로당 30곳 당 대의원 한 명씩 선정해 간선제로 하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대한노인회 법정단체화가 시급히 되기를 바란다.” 

박학순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현대사회가 과학문명의 발달만을 중요시 하고 노인의 소중한 경륜을 무시하는 등 노인공경의 효 사상이 무너지고 있다”며 “그렇지만 오늘날 이 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만든 노인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선 안 되고 나라에서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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