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면 행복해져요 8] 살림 오래 했다고 정리가 잘 되지는 않아
[정리하면 행복해져요 8] 살림 오래 했다고 정리가 잘 되지는 않아
  •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 승인 2022.06.03 16:00
  • 호수 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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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가정을 들여다보면, 부모님은 출근하고, 아이는 학교에 가서, 반려동물만 낮에 집을 지킨다. 이런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비싸게 마련한 소파도, 성능 좋은 오디오도 정작 사용해야 할 사람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전세든 월세든 비싼 임대료를 내고도 가족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라기보다는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로 우리 집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공간에는 물건이 있고, 그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물건을 정리하는 것은 단지 물건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편리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다. 물건을 소중하게 여겨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을 소중하게 여겨서 정리하는 것이다. 결국 공간의 주인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물건에 치여 사람이 공간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이 물건과 자리다툼을 하고 있는 격이다. 공간을 들여다보면서 주인이 누가 되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주인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물건에 주인 자리 뺏겨

회사원 P씨에게는 요즘 회사에 컴퓨터가 한 대 더 생겼다. 웹디자이너라 컴퓨터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사양이 좋은 것으로 회사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새 컴퓨터가 생겼지만 P씨는 이전 컴퓨터를 아직 정리하지 않고 사용 중이다. 이전에 작업하던 서류와 작업물이 그대로 이전 컴퓨터에 있기 때문에 쉽사리 정리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책상 위는 두 대의 컴퓨터로 꽉 차 버렸고 서류라도 하나 놓으려면 키보드를 이리저리 옮겨야 할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P씨의 책상은 이제 주인이 컴퓨터인 것이다.

사용하는 사람은 P씨이지만 오히려 물건인 컴퓨터에 밀려서 더부살이를 하는 것처럼 불편하고 옹색한 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이처럼 공간의 주인 자리를 물건에게 빼앗긴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연주하지도 않으면서 몇 년째 거실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피아노, 옷이 잔뜩 걸려 있지만 정리 상태가 엉망진창이어서 제대로 옷을 골라 입을 수 없는 드레스룸 등 공간의 주인이 물건이 되어버린 경우는 매우 많다.

물건 위해 비싼 임대료 지불하나

그 공간에 있는 주된 물건의 이름을 따서 ‘서재’, ‘드레스룸’ 등과 같이 이름을 붙이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가족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곳’, ‘우리 가족의 옷을 보관하는 곳’처럼 물건이 아닌 사람이 주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공간의 주인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사용하지도 않는 잡동사니를 보관하기 위해 우리는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창고는 창고답게, 주거 공간은 주거 공간답게 활용하자. 물건들 때문에 불편한 공간, 창고 같은 공간을 버리고 사람이 주인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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