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억세게 재수 좋은 남자 2”
[백세시대 / 세상읽기] “억세게 재수 좋은 남자 2”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6.03 16:00
  • 호수 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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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본지 ‘백세시대’의 기자 컬럼(세상읽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억세게 운 좋은 남자’라고 묘사했다. 그가 박근혜 탄핵으로 인한 어부지리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통령 자리에 올랐고, 변변치 않은 입법부 수장(국회의장)의 도움으로 ‘검수완박’을 완성하고, 끝까지 ‘영혼 없는 추종자들’의 비이성적 지지의 도움으로 레임덕을 모른 채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남다른 복을 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이 울고 갈 정도로 운 좋은 남자가 또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솔직히 어느 날 갑자기 ‘어공’(어쩌다 공무원)처럼 ‘어대’(어쩌다 대통령)가 된 케이스다.  

윤 대통령은 책상머리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써 붙이고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죽을 만큼 단식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같은 의지와 열정은 일찌감치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들을 내세워 내쫓으려 하지 않았다면 헌정사에 그는 ‘칼잡이’로 남았을 인물이다. 즉 검사에서 대통령으로 급회전한 것이 문 정부 때문이란 얘기다.  

검찰총장에서 1년 만에 야당 대통령 후보가 된 것도 하늘이 도왔다. 그는 국민의힘에 무혈입성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과 기록적인 총선 참패로 초토화돼 대통령 후보를 내세울 능력이 없던 터라 대안이 없었다. 

대선도 하늘은 윤 대통령 편이었다. ‘내로남불’과 편 가르기로 점철된 문 정부의 5년간 국정운영은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이란 인물에 대한 지지보다 문재인 정부 심판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가 더 강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잘 다스렸고 따라서 굳이 정권심판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윤석열은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윤석열의 당선을 도운 결정적 은인은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였다. 아무나 그와 같은 ‘비리 백화점’ 상대자를 만나기 어렵다. 윤석열의  아킬레스건은 김건희 여사와 장모였다. 노인시설을 이용해 축재했다는 의혹을 받는 장모와 허위 경력으로 문화예술학계의 질서를 어지럽힌 부인 문제는 심각한 결격 사유였다. 청렴한 선비 사상에 젖은 국민 사이에 “만약 윤석열이 안되면 그건 부인과 장모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걸림돌을 ‘법카 스캔들’이 한 방에 걷어 치워주었다. 음주운전부터 대장동 개발에 이르는 범죄 혐의가 이재명 후보를 골병들게 한데다 막판에 등장한 아내 김혜경의 ‘소고기 법인카드’ 의혹은 마지막 카운트 펀치였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했다. ‘소통령 한동훈’, ‘서오남’(서울대·50대·남자)이란 신조어를 남길 정도로 윤 대통령의 인사는 ‘우물 안 개구리’에다 자기사람 챙기기였다.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대통령 실을 용산의 국방부 건물로 급행 이전해 “정말 무속 때문이냐”는 말도 나왔다.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 윤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역대 가장 낮았다. 그렇지만 고비마다 민주당이 도왔다. 최근 요란하게 마무리된 한미정상외교가 그 중 하나다. 이 회담은 사실 문재인 정부의 작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려고 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렇지만 회담의 결실은 윤 대통령이 맛봤다. 

검수완박 강행처리도 민주당 스스로 점수를 까먹는 행위였고, 중진 의원의 성 비리 문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의 ‘86용퇴론’ 등 당 내분도 민주당 지지율 폭락의 지름길이었다. 윤 정부의 서툰 초보 실력은 야당의 연속 헛발질로 가려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천운이 앞으로 5년 내내 이어질 거라 장담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이번 6·1 지방선거 압승을 계기로 더 이상 하늘만 바라보지 말고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 국정을 합리적으로 잘 운영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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