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입식 전환에 적극 나서는 지자체들
경로당 입식 전환에 적극 나서는 지자체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6.03 16:28
  • 호수 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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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로당 운영이 정상화되면서 좌식 환경을 입식 환경으로 전환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입식 환경으로 바꾼 충북 음성군 용산3리경로당 어르신들이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9988행복나누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최근 경로당 운영이 정상화되면서 좌식 환경을 입식 환경으로 전환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입식 환경으로 바꾼 충북 음성군 용산3리경로당 어르신들이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9988행복나누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올 들어 충북 음성군‧제천시, 경북 포항시 등 식탁‧의자 지원 나서

경로당별 100만원 소요… “어르신 관절 보호 위해 전국 확대해야”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5월 13일 충북 음성군 용산3리경로당에서는 9988행복나누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재개방 이후 어르신들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각자 개성이 묻어나는 미니 가방을 만들었다. 다만 이전과는 모습이 달랐다. 상을 펴놓고 바닥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얼마 전 들여놓은 접이식 탁자와 의자에 앉아 가방을 만들었다. 음성군이 지난 4~5월에 걸쳐 관내 전 경로당에 입식 환경을 조성하면서 가져온 변화였다. 박노철 용산3리경로당 회장은 “바닥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프로그램을 하느라 허리랑 무릎이 많이 불편했는데 이제는 보다 즐겁게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근 충북 음성군, 제천시 등이 경로당 입식 환경 조성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경로당별로 100만원 가량만 들이면 좌식에서 입식 전환이 가능해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전 경로당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경로당은 좌식 위주로 설계돼 무릎과 허리가 약해진 회원들이 큰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 경로당과 시‧구립경로당도 좌식 경로당을 기본모델로 한다. 반면에 전국 경로당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80대에 다다르면서 좌식 생활로 인한 어려움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광선 서울연합회장은 “방바닥에 오래 앉아 있다보면, 일어나다 다치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식당들도 입식으로 리모델링을 하는 추세인데 경로당은 여전히 좌식 중심이어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미온적으로 대응하자 노인회가 움직였다. 2019년 충북연합회가 ‘불용자원을 활용한 경로당 입식 문화 조성사업’을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청주흥덕청원구지회를 비롯 6개 지회에서 멀쩡한데 버려지는 식탁과 의자를 재활용해 좌식 경로당을 입식 경로당으로 바꿨다. 그 결과 80여곳이 거실에 식탁과 의자를 갖추며 입식 생활이 가능해졌다. 

입식전환의 효과가 금세 타지역에도 알려지면서 2020년부터 예산을 투입해 입식 환경을 조성하는 지자체가 나타났다. 충주시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여에 걸쳐 550여개 경로당에 입식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일반제품이 아닌 노인 체형에 맞게 설계된 데다가 앉고 일어설 때 넘어지지 않도록 제작된 노인 전용 제품을 보급했다. 공간이 좁은 경로당의 경우 테이블과 의자를 접었다 펼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해 활용도를 높였다. 

경기 김포시지회도 2020년과 지난해에 걸쳐 좌식 생활을 하던 300여 경로당에 식탁과 의자를 보급했다. 지회가 일괄적으로 하지 않고 경로당별로 100만원씩 지원해 각자 사정에 맞춰 식탁과 의자를 구입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가구공장 등에서 제품을 구매하도록 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했던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과도 거뒀다.

올해 들어서는 이에 동참하는 지자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충북 음성군은 4~5월에 걸쳐 관내 등록경로당 402곳에 4억원을 들여 경로당을 입식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군은 관절 질환으로 고생하는 어르신들이 편리하게 경로당을 이용하도록 100만원 상당의 의자·탁자 세트나 소파를 설치했다. 대한노인회 음성군지회와 함께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차례 경로당별 전수조사를 진행, 경로당 상황에 맞춰 접이식·고정식 의자 161개, 접이식·고정식 탁자 161개, 소파 241개를 지원했다.  

류학규 음성군지회장은 “경로당 환경 개선으로 어르신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활력 넘치고 편안한 노후생활을 위해 보내실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충북 제천시도 5~6월에 걸쳐 총 3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300개 경로당에 접이식 입식식탁과 의자를 설치하고 있으며, 경북 포항시는 올해 140개소에 입식테이블과 의자를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매년 단게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관내 620여개 전 경로당을 입식 환경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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