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용 대한노인회 전남 강진군지회장 “위만 바라보지 말고 자립의 모습 보여야 어른다워”
황호용 대한노인회 전남 강진군지회장 “위만 바라보지 말고 자립의 모습 보여야 어른다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6.13 10:27
  • 호수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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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가까워도 매년 역도대회 참가…손자뻘 선수들과 겨뤄 화제

봉사단체협의회장 지내…“대가 바라는 건 진정한 의미 봉사 아냐”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주는 것만 받으려 하지 말고 자립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6월 7일, 황호용(78) 대한노인회 전남 강진군지회장은 노인사회의 실태를 이 같이 따끔하게 질책했다. 황 지회장은 “지자체 예산에만 의존하기에 앞서 노인 스스로가 뭔가 사업으로  수익을 발생해 그것으로 노인회 운영에 보태야 하지 않겠느냐”며 “예컨대 카페나 헬스클럽, 식당이나 숙박시설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지회장은 또 “대가를 바라는 건 봉사가 아니다”라며 “어깨띠 두르고 쓰레기 좀 줍다가 플래카드 앞에서 사진만 찍는 것처럼 남 보여주기 식의 봉사는 진정한 의미의 봉사가 아니다”라고도 비판했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 향교로에 위치한 강진군지회에서 황 지회장을 만나 노인회 운영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황 지회장은 지난 3월 23일, 제10대 강진군지회장에 취임했다. 단독후보로 등록해 선거를 치르지 않고 대한노인회 선거법에 따라 지회장에 당선됐다. 

황 지회장은 강진농고를 나와 고려대를 다녔다. 7·8대 전남도의원, 강진문화원장, 전남문화원 연합회장, 강진군 번영회장 및 봉사단체협의회장 등을 지냈다. 전국체전서 역도 금메달을 수상했고 현재도 역도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이다. 

전남 강진군민은 3만3000여명, 노인인구는 1만2000여명이다. 강진군지회에는 11개 읍·면 분회, 338개 경로당, 회원 1만여명이 있다.  

-노인회관에 아침부터 노래 소리가 들린다.

“노인대학 어르신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0명 정원에 운영이 잘되고 있다. 최근에 버스 3대를 전세 내 순천 낙안읍성, 녹동항 등지를 다녀왔다. 코로나로 위기소침하게 지내다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쐬자 무척 좋아들 했다. 노인회관 2층에서 서예·사물놀이·난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황호용 전남 강진군지회장(오른쪽 세 번째)과 직원들. 맨 오른쪽이 장광식 사무국장, 맨 왼쪽이 문재동 노인대학장.
황호용 전남 강진군지회장(오른쪽 세 번째)과 직원들. 맨 오른쪽이 장광식 사무국장, 맨 왼쪽이 문재동 노인대학장.

-취임 3개월이 돼 간다. 업무 파악은 하셨는지.

“제가 지회 부회장을 4년 했다.”

-6·1 지방선거에서 새 강진 군수가 선출됐다. 노인회와의 관계는 어떨까. 

“(신임 군수가)여기 다녀가셨다. 전남도청서 국장을 지내셨고 앞으로 군정을 잘 돌볼 것이다.”

-노인회 지원이 잘 돼야 할 텐데.

“노인회가 위만 쳐다보지 말고 스스로 자립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전에 어디 군수실에 갔더니 노인들 10여명이 앉아 있었다. 예산이 깎여 항의하러 왔다고 하는데 그런 건 이기주의적인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 우리 강진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인데 지금 글로벌 시장이 어떤가. 미·중 강대국의 경쟁 속에서 수출도 줄고 경제 활동 인구도 줄어드는 마당에 노인복지 예산만 늘려 달라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뭔가 사업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켜 그것을 복지사업의 종자돈으로 보태 쓰는 게 어른다운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군수를 찾아가 지원을 부탁하는 등의 행동은 지금까지의 삶의 철학과 소신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노인들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가.

“제가 아는 강원도의 한 문화원은 숙박업소, 식당 등을 운영해 스스로 벌어서 쓴다. 전남 보성에 찻집을 하나 열어 회원 누구나 차 한 잔에 1000원씩 받는 곳도 있다. 적은 돈 같지만 그래도 일 년에 2,3000만원이다. 그런 자립의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도 일자리 창출 식으로 읍에 ‘다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대부분 흠잡을 데가 없다. 읍면의 경우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예외지만 대부분 널찍한데다 무료급식에 냉·난방도 잘 된다. 자기 집 기름 값 절약할 요량으로 경로당만 찾을 정도니까(웃음).” 

-강진 노인들의 경제 사정은 어떤가.

“촌의 어르신들은 비교적 여유롭다. 농사짓는 데다 자식이 용돈 주고 연금도 나오고 건강수당도 받는 등 많은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황호용 강진군지회장이 순천서 열린 제61회 전남도체육대회에서 역기(62kg)를 들고 있다.
황호용 강진군지회장이 순천서 열린 제61회 전남도체육대회에서 역기(62kg)를 들고 있다.

-최근 역도대회에서 역기를 든 사진을 봤다.

“매년 열리는 도 역도대회에 출전한다. 군에서 선발돼 강진을 대표하니 영광된 일이다. 올해는 1·2차 합해 122kg를 들었다. 실버 아마추어로서가 아닌 정식 선수로 손자뻘 되는 선수들과 함께 뛴다. 집에서 꾸준히 단련해 가능한 일이다. 처음엔 건강을 위해 운동했지만 이제는 노인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는 게 목적이기도 하다.”

황 지회장은 중학교 때 배구선수, 고등학교 때 씨름·역도선수, 대학교 때 육상선수를 지냈다. 4개 종목 도 대표 선수로 뛴 건 황 지회장이 유일하다고. 최고 기록은 인상·용상·추상 합해 422.5kg로 아시아주니어신기록이다.

-전남도의원 두 번 역임했다. 정치를 하게 된 계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1년 대통령 선거에 나왔을 때 청년부장으로 열심히 뛰었다. 형님도 국회의원을 지냈고.”

-도의원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은.

“경제건설위원장을 해 다른 의원과 달리 예산 확보 여력이 있었다. 당시 200억 원이 소요되는 호수공원 조성 등 주요 하천변을 정비했다. 마을 한 곳 당 정각, 농로 등 대여섯 곳을 지원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진문화원장도 지낸 것으로 안다.

“문화원장을 두 번 했다. 문화예술의 고장답게 이사 30명, 감사 2명, 회원 1000여명으로 유림단체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황 지회장이 선거에 나오기 직전까지 경쟁이 치열했던 문화원장 자리에 경선이 아닌 추대가 돼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아울러 황 지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내홍이 심했던 문화원이 정상을 되찾았다고 한다.

-문화원을 정상화시킨 비결은.

“실무자에겐 (모든 것을 받아들여 녹이는)‘용광로’ 역할을 하라 했고, 3~4개로 쪼개진 파벌을 무시하고 모두 임용했다.” 

-노인 인구 1000만, 100세 시대이다. 노인의 사회적 역할이라면.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극히 사적인 견해지만 댄스 같은 건 자기가 즐거워서 취미 삼아 하는 건 괜찮지만 페스티벌에 나가고 그러는 건 자제했으면 좋겠다. 옛말에 ‘울고 있는 아기보다 웃고 있는 노인이 보기 싫다’는 말이 있지 않나.”

황호용 강진군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노인회관이 23년이 돼 낡고 비좁아 옆에다 2층짜리 다목적회관을 새로 지으려 한다”며 “앞으로 헬스장, 게이트볼장도 만들어 어르신들이 즐겁고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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