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11] 흑색과 청색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한 기록 많아
[한국의전통色이야기 11] 흑색과 청색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한 기록 많아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2.06.13 10:42
  • 호수 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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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청불심상원(黑靑不甚相遠)

‘흑청불심상원’(黑靑不甚相遠)은 흑(黑)색과 청(靑)색은 심하게 다르지 않고 비슷하다는 뜻이다. 

한국사에 기록된 청색은 오행의 세 번째 색으로서 첫 번째 색인 흑색과 구별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의 군례(軍禮)용 깃발 색은 방색(方色, 흑-적-청-백-황)을 사용한다. 중군(中軍)은 황색, 전군(前軍/南)은 적색, 좌군(左軍)은 흑색, 우군(右軍)은 백색, 후군(後軍/北)은 청색을 사용한다. 

세종 10년(1428), 삼군(三軍)의 깃발 중에서 청색과 흑색이 서로 비슷하니(靑與黑相似) 청색을 벽(碧)색으로 바꿀 것을 건의한 기록이 있다. 

심흑색(深黑色), ‘아청’이라 불러

◎오례의(五禮儀)를 증보수정한 후 역시 거듭 명료해진 효과가 꽤 있다. 의장(儀仗)의 석차는 그 후 한번 복고한 의례 같다. (......) 그 때 청선(靑扇)을 흑선(黑扇)으로 바꾸는 논란이 있었다. 흑청불심상원(黑靑不甚相遠)하니 그대로 두는 것이 어떻겠는가<영조 21년> 

◎동궁(東宮/세자)의 일산(日傘)은 본래 흑색이므로 이 계통의 의장과 복색은 불가불 품정해서 거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흑색과 청색은 차이가 없으니(黑色與靑色無異), 그냥 내 버려두어도 좋다.<영조 28년>

◎우리나라는 속칭 심흑색(深黑色)을 아청(鴉靑)이라고 합니다. 대체로 청색(靑色)을 사용하는 곳에 많이 통용합니다.<정조 3년> 

◎철종 비의 담제(    祭) 때에 시위장수와 병졸들은 예조절목에 따라 흑(黑) 철릭(무관들이 입던 관복)으로 바꾸어 입는데 『등록』을 살펴보니 청(靑) 철릭은 곧 당하관이 보통 때 입고, 또 청색은 흑색과 차이가 없으니(靑色與黑色無異) 담제 때에는 그대로 청(靑) 철릭을 입고 담제가 끝나면 순 길복(吉服)을 입는 것으로 『등록』에 실려 있습니다.<고종 17년> 

태극기의 청색, 흑색으로 보여

이처럼 한국사에는 흑색과 청색을 서로 구별하지 않고 사용한 기록이 많은데 심흑색(深黑色)이나 아청색(鴉靑色)과 비슷한 색으로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그림물감으로 흑색과 청색을 종이에 칠하여 서로 비교하면 각 색의 면적이 작을수록 두 가지 색은 차이가 없어 보인다. 고종 때 처음 제작되었다고 하는 태극기를 보면 선명한 청색이 아니고 매우 검은 청색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흑색이다. 변색했거나 염색 상의 문제일수도 있겠으나 대부분 검은색으로 보인다. 흑색과 청색은 다르지 않다(黑色與靑色無異)는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태극기의 빨강과 파랑은 총무처에서 표준색을 먼셀기호로 정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시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태극기가 아닌 태극도형은 남용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현재 정부 각 부처의 심벌로 사용하고 있는 태극의 청색도 선명한 청색이 아니고 검은 청색이어서 크기가 작아지면 흑색으로 보인다. 그리고 각 부처의 로고가 동시에 사용 될 때에는 너무 헤프다는 느낌이 든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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