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성 질환, ‘수포성 발진’ 땐 두창‧수두‧농가진 여부 확인해야
감염성 질환, ‘수포성 발진’ 땐 두창‧수두‧농가진 여부 확인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6.13 13:45
  • 호수 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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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성 질환과 유사한 ‘원숭이두창’… 성인형 수두, 합병증 발생 높아

농가진, 물집 전신에 퍼져… 수포 나타날 땐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을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최근 아프리카 풍토병인 ‘원숭이두창’이 영국을 시작으로 세계 20여개국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두창)와 유사한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전염성은 낮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치명률은 3~6% 내외로 세계 누적 코로나19 치명률(1.2%)보다 높다. 

원숭이두창의 증상으로는 발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을 동반한 수포성 발진 등이 얼굴을 시작으로 전신에 퍼져 2주 이상 지속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4주 이내 자연 회복되지만, 일부 환자들의 경우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원숭이두창의 수포성 발진은 수포성 피부질환과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외형만 보고 구별하기 쉽지 않다. 이에 원숭이두창과 유사한 형태의 감염성 질환들을 소개한다.

◇성인형 수두, 합병증 발생률 높아 

수두는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ZV)에 의한 급성 감염질환으로, 피부병변에 직접 접촉하거나 비말 등 호흡기 분비물의 공기 전파를 통해 감염되는 것이 특징이다. 10~21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가려움증을 동반한 발진이 얼굴, 팔, 다리 등 전신에 퍼진다. 

1~2일이 지나면 붉은 발진이 염증성 물집(수포)으로 모습을 바꾸는데, 이때부터 피부병변에 전염력이 생기므로 격리해야 한다. 병변이 모두 딱지로 변하면 자연 치유된다. 성인의 경우, 발열 및 전신 증상이 소아보다 심하게 나타나고 합병증의 빈도도 높다. 또한 임신 초기에 감염되면 태아에 선천성 기형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지만 백신접종으로 예방되는 질환이다.

수두 치료는 가려움을 방지하기 위해 약물을 투여하는데 보통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연고 약을 사용한다. 수두 백신 예방접종은 성인의 경우, 4~8주 간격으로 2회 실시하면 약 70%의 예방 효과가 있다.

박경찬 의정부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수두는 공기 중 강한 전파력을 지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며 “면역력이 낮은 경우 뇌수막염, 폐렴 등의 합병증 발생률이 높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 방치하면 실명할 수도

수두를 앓은 사람은 면역력이 약해지면 몸속에 잠복해 있던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돼 피부 발진뿐만 아니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상포진’이 발생한다.

대상포진은 특정 부위에 국소적인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피곤함, 발열, 몸살 등 전조증상을 보이다가 흉부나 허리와 같은 몸통 한쪽 부위에 가려움증, 통증을 동반한 띠 모양의 붉은 발진이나 수포가 생긴다. 

대상포진이 잘 생기는 연령대는 50대 이상이다.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혈압이 있으면 심장이나 혈관 등에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당뇨병이 있는 경우 몸이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에너지를 다량으로 소비한다. 이로 인해 면역세포에 할당되는 에너지가 줄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은퇴로 인한 상실감과 노후 걱정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노인들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대상포진 발병 위험을 높인다.

대상포진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항바이러스제와 같은 간단한 치료만으로 통증이 완화된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이나 청신경, 뇌수막까지 침투하면 안면마비, 이명, 뇌수막염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눈 주위에 발생할 경우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노인들은 대상포진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률도 젊은층에 비해 높아 유의해야 한다. 대상포진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이는 바이러스로 인해 신경절(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감각들이 통합되는 곳)이 파괴돼 생기는 통증이 수주에서 수년간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수십 개의 바늘로 찌르는 느낌 ▲쿡쿡 쑤시는 느낌 ▲타는 느낌 ▲간지러운 느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김형균 의정부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에 걸리면 바이러스로 인해 신경세포가 손상되기 때문에 피부 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신경분포를 따라 다양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발전 시 만성적으로 통증이 지속되므로 발병 초기에 약물요법, 신경차단요법(신경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통해 통증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가진, 임의로 연고 바르면 증상 악화

무더운 여름철에 걸리기 쉬운 ‘농가진’은 전신에 분포하는 모양이 원숭이두창과 흡사해 구별하기 쉽지 않다. 농가진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박테리아 감염성 피부질환으로, 쉽게 전염되는 특징을 가진다. 

농가진은 발열, 설사를 동반하면서 크고 작은 물집이 전신 곳곳에 퍼지는데, 이때 두꺼운 딱지를 형성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패혈증이나 폐렴, 뇌수막염이 동반될 경우 사망할 위험도 있으므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주로 농가진은 진물의 접촉에 의해 전파되는데 코와 입 주위, 팔, 다리에 작은 물집이나 붉은 반점으로 시작해 물집이 터지면서 두꺼운 딱지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림프선이 붓거나 발열, 인후통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박경찬 교수는 “농가진은 두창, 수두 등과 원인 및 감염경로는 전혀 다르지만 수포 등 피부병변 형태가 비슷한 편”이라며 “가정에서 보관하는 일반 항생제 연고를 임의로 바를 경우 내성 때문에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병원에 방문해 전문의의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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