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자영업자 울리는 ‘먹튀’ 사건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자영업자 울리는 ‘먹튀’ 사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6.20 11:22
  • 호수 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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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SBS ‘웃찾사’ 등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다 몇 해전 음식점을 열며 자영업자로 변신한 개그맨 정용국은 최근 자신의 SNS에서 ‘먹튀’를 당한 사연을 올려 큰 화제를 모았다. ‘먹튀’란 ‘먹고 튀다’를 줄인 말로 ‘무전취식’을 의미한다. 정용국은 지난 6월 4일 인스타그램에 손님이 도망간 텅 빈 야외테이블 사진과 함께 “계산 안 하고 가셨네. 먹튀. 이렇게 또 잘못됐다”는 짧은 글로 자신의 허탈한 심정을 하소연했다. 당시 손님들은 곱창 모둠 2인분과 곱창전골, 소주 4병을 주문했다고 한다. 총금액은 11만9000원. 손님들은 이 돈을 결제하지 않고 그대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먹튀 즉, 무전취식은 생계형 범죄 중의 하나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해 평균 10만7000건 이상 발생할 정도로 흔한 범죄다. 그런데 올해 들어 세계 경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로써 촉발된 고유가로 인해 휘청거리면서 먹튀 사건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먹튀 피해를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글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도봉구 한 호프집에서 2만원 상당의 술과 안주를 먹은 뒤 먹튀한 50대 남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마시던 술병에 지문을 채취해 피의자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에서 피해 점주는 CCTV에 찍힌 남녀의 모습을 공개하는 글을 썼는데, 네티즌의 공감과 응원을 받았다. 점주는 “너무 괘씸하고 화가 나 눈물이 난다. 거리두기로 대출받아 겨우겨우 버티며 어떤 손님이 와도 웃는 모습으로 반겨드리려 노력했다”며 “그런데 이번 일로 양심 있는 손님들이 화장실을 가면 힐끗힐끗 쳐다보는 내 자신이 어이없고 비참해진다”고 토로했다. 

MBC ‘실화탐사대’도 6월 9일 늘어나는 먹튀 사건을 보도했다. 놀랐던 점은 무전취식을 저지른 범인 중 상당수가 지불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설마 잡히겠어’라는 안이한 생각과 푼돈을 아끼려고 먹튀를 감행해 자영업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이다. 

무전취식을 가벼이 봐선 안 된다.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도주할 경우 경범죄처벌법 위반과 사기 중에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사기 혐의가 적용되는 경우 자칫하면 수감생활을 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월 서울 은평구와 관악구, 강남구 등에서 총 세 차례에 걸쳐 무전취식을 한 5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엔데믹으로 넘아가고 있다 해도 자영업자 대부분은 여전히 코로나19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먹튀는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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