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경로당 식사를 재개하며
[백세시대 / 기고] 경로당 식사를 재개하며
  • 박선엽 경기 시흥시 세종3차 아파트경로당 회장
  • 승인 2022.06.20 11:42
  • 호수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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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엽              경기 시흥시 세종3차    아파트경로당 회장
박선엽 경기 시흥시 세종3차 아파트경로당 회장

지난 5월,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세종3차아파트경로당 문이 활짝 열렸다. 2년 넘게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는 동안 필자는 회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 죄인 아닌 죄인처럼 지내야 했다. 

이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건 문을 닫고 있는 동안 들려오는 소식 때문이었다. “관절통이 더 심해졌다”며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경로당서 웃으며 대화하던 회원들이 치매를 앓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안타깝게 코로나에 쓰러져 먼저 떠난 회원들의 사연을 접할 때마다 비통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해 힘들다는 모 회원의 이야기는 특히나 가슴이 아팠다. ‘경로당만 문을 열었어도 한 끼 식사라도 대접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다행히 문을 열게 됐고 최근에는 식사까지 가능해지면서 경로당에도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 사이 바뀐 점도 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식판’을 도입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어했지만 기존 방식보다 간편하고 위생적이어서 오히려 반응이 더 좋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는 임병택 시흥시장님과 김연규 시흥시지회장님, 박찬규 2분회장님 덕분이다.  

다시 찾은 식사 시간, 즐거워하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니 먼저 떠나간 이들과 치매로 인해 경로당을 찾지 못하는 회원들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지금 같이 밥을 먹고 노래도 부르고 함께 운동도 하면서 우정도 쌓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했다.

그래서일까. 코로나가 바꿔놓은 풍경이 아직은 낯설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같은 힘겨운 시기도 버텨낸 우리 노인들이기에 코로나 역시 이겨낼 것이라 확신한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식사라도 할 수 있으니 더 쉽게 극복할 것이다. 

그리고 ‘백세시대’에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코로나19로 경로당이 문을 닫아 암울했던 시기에 계속해서 신문을 보내줘 세상과 연결돼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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