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재 대한노인회 경기 평택시지회장 “노인회 버스 타고 애로사항 듣는 ‘찾아가는 지회’로 복지 구현”
이익재 대한노인회 경기 평택시지회장 “노인회 버스 타고 애로사항 듣는 ‘찾아가는 지회’로 복지 구현”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6.27 10:13
  • 호수 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대학서 건강·재산관리 등 강의…“상속 잘못하면 돈도, 자식도 잃어”

60세에 사회복지 공부해 2급 자격증 따… 원예 좋아해 원예사 자격증도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지자체장이 구상할 만한 사업을 설계하는 지회장이 있다. 이익재(77) 대한노인회 경기 평택시지회장은 하천 부지에 연꽃을 다량 심어 ‘연꽃 바다’를 만들어 전국에서 연꽃을 보러오는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평택을 머릿속에 그리는 중이다. 

지난 6월 20일, 이 지회장은 “이런 내용의 사업안을 만들어 국회의원을 설득해 고수부지에 연꽃지대를 만들고, 그 일을 노인이 맡아하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 평택로에 위치한 남부복지타운에서 이익재 지회장을 만나 지회 운영과 앞으로의 포부 등을 들었다. 

평택시 인구는 57만여명, 노인인구는 6만여명이다. 평택시지회는 12개 협의회(분회), 600여개 경로당, 회원 3만5000여명이 있다. 

이 지회장은 안중·포승·현덕·오성·청북 농협장, 팽성읍장, 청북면장, 평택시의회 의장과 평택시 평통회장 등을 지냈다. 삼계4리경로당 회장을 거쳐 2022년 3월에 10대 지회장에 취임했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가졌다. 문교부장관·농협중앙회장·경기도지사·평택경찰서장 표창 등을 수상했다.

-연꽃사업 구상은 신선하게 들린다.

“평택에 하천이 많다. 도랑에다 연꽃을 드문드문 심어놓으면 금방 퍼진다. 양평처럼 연꽃을 엄청 심어놓으면 환경적으로 도움되고 관광자원으로도 유용할 것이다. 제가 시를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소망에 대학원에서 원예학도 공부했다.”

-사회복지에다 원예까지 전공했다고.

“공무원 그만두면 노인사회에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60세에 국제대학 복지학과에 들어가 2년간 공부했다. 그런 뒤 원예를 좋아해 환경대학에 편입해 원예사 자격증을 땄다.”

-시를 아름답게 꾸미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 않는데.

“제 희망이 평택 시장이었다. 주위에서 나가보라는 권유도 있었고, 나름 의욕도 많았지만 공천을 받지 못해 꿈을 실현하지 못했다.”

이익재 평택시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오른편이 강명애 사무국장.
이익재 평택시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오른편이 강명애 사무국장.

-사회복지사로서 보는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시스템은.

“제가 배운 건 교과서적인 것이고 현실은 많이 다르다. ‘노인은 법도 없고 질서도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 것을 바로 잡아가기 위해 노인회가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부 지원과 지자체 보조를 받아 지회를 운영하는데 문제가 있다. (지자체장이)여러 단체에 조금씩 나눠주는 식이라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방법은.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하지만 고령화가 너무 빨리 진행돼 감당을 못하는 거다. 또 정부에 노인복지 유경험자가 적어 꼭 해야 할 때 하지 못하는 것을 옆에서 보기가 안타깝다. 예를 들면 지회 사무실의 경우도 종교단체에서 위탁 받아 운영하는 남부복지타운에 더부살이하는 셈이다. 한 층에 있는 지회장실, 사무실, 소회의실이 전부다. 강당도 공동으로 사용해 원하는 사업을 하기도 어렵고. 단독회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무실 구조도 제가 원하는 건 동그랗게 앉아서 대화할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인데 옛날식의 일인용 소파가 쭉 놓여 있어 공간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직원 처우 문제도 심각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회장은 “여기 직원들이 ‘1년짜리’인데 어떻게 열심히 일할 수 있겠느냐”며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되고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노인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회장 선거 때 경로당을 순회하고 느낀 소감은.

“전체 경로당을 3번 돌았다. 아파트 경로당을 포함해 대부분 시설이 좋다. 현재 (경로당이)600개가 넘지만 100여 곳이 더 필요하다. 공무원 때는 경로당의 장점에 대해 잘 몰랐다. 우리나라 경로당이 정말 좋은 곳이란 사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 여러 사람이 한 곳에서 겨울, 여름을 보내니 각자 냉·난방비도 절약되고, 함께 어울리면서 외로움, 고독감도 느끼지 못한다.” 

-지역이 넓어 경로당 관리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지회에 한 번 나오려면 버스를 두 번, 세 번 갈아타야 하는 지역도 있다. 지회가 직접 그런 곳을 찾아가려고 한다. 지회 소유의 45인승 버스 타고 가서 어르신들 애로사항 듣고 우리가 지원해야할 사항을 파악하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버스에 보건소, 경찰서, 농협(직원)도 다 같이 타고 가 진료, 자문도 하고,  150만원 상당의 전자파안마기 싣고 가서 허리·어깨 아픈 노인들 안마도 해드리려고 한다.”

-‘지역별 행복나눔 구급차 운영’이란 선거 공약이 눈에 띈다.

“노인회에 80, 90세 되는 분들이 많아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구급차가 대기했다가 전화 받고 바로 달려가면 완치율이 높아진다. 앞으로 병원들과 MOU(협약)를 맺어 구급차도 좀 확보하려고 한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 인상을 약속했다.

“우리는 조례에 근거해 7만원씩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한 시장 후보들에게 ‘지회장 선거공약에 20만원 인상을 집어넣을 테니 도와 달라’고 하자 승낙을 했다. 마침 경기지사 후보들도 10만원씩 지원 약속을 했다. 도에서 10만원 주고, (기존의 7만원에)시가 3만원만 보태면 20만원은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농협장, 면장, 시의회 의장 등 경력이 다채롭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는.

“37세에 조합장이 돼 두 차례 임기 동안 전국 1등을 세 번 했다. 면세, 농산물 판매 등 경제사업과 예금, 대출 등 신용사업 두 부문을 평가해 주는 상이다.” 

-20년 이상 노인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주로 어떤 내용인가.

“건강정보와 재산관리를 얘기했다.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의 입을 테이프로 막으면 멈춘다. 실제로 지인에게 실험해봤더니 정말 조용해지더라(웃음). 손발이 차가울 때 양파껍질, 흑설탕을 넣은 물에 발을 두 시간 담그고 있으면 혈액순환이 잘 돼 따듯해진다.”

-재산관리는.

“많은 가정에서 상속 문제로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재산을 한꺼번에 물려주면 돈도 잃고 자식도 잃는 셈이 된다. ‘3분의 1씩 나눠주고 한 자식에게만 다 몰아주지 말아야 불평이 없다’고 조언한다.”

이익재 평택시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중앙회나 연합회의 체계가 딱 잡혀서 힘있게 움직여야 한다”며 “중앙회가 시·군 지회의 애로사항을 정부 부처에 강력하게 전달해 다음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힘 있는 조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