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켜다

저녁 캔버스 위에 수묵화를 그린다
그리움이라는 등불이 막 켜졌다
어둑어둑해지는 풍경 아래에 아주 작은 불이 막 켜졌다. 자신을 위해 집에 저 불을 켠 것이겠지만, 아무리 캄캄해도 누군가 나를 그리워해주는 등불 하나가 오래도록 켜져 있다면 찾아가는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 간절함의 깊이로 타 들어가는 불빛이라면 어떤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을 것만 같다. 나를 위해 누군가 저리 간절한데 어디에 있건 나는 힘을 내 씩씩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모두 그런 수호천사 하나쯤은 가슴 속에 품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그 온기로 견딜 수 있다. 나 혼자가 아니라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이 반드시 있다고, 그렇게 믿는다면 어떤 경우에도 다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누군가 오늘 밤에도 등불을 켜 두었다. 그 불빛을 본 모든 이는 그 불빛을 보고 걸어가 부디 찬란한 새벽에 닿기를….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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