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승회 대한노인회 경북 경주시지회장 “노인회장 된 건 ‘운명’…노인에 대한 인식 고취시킬 터”
구승회 대한노인회 경북 경주시지회장 “노인회장 된 건 ‘운명’…노인에 대한 인식 고취시킬 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7.04 10:09
  • 호수 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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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손발 돼주는 행복도우미를 ‘행복선생님’으로 개칭…다들 만족해  

섬유수출·부동산사업으로 큰돈 벌어…병원 3곳·세계자동차박물관 소유 

[백세시대=오현주기자] “경로당 회원을 5000명 더 늘리려 한다.”

6월 27일, 경주시 태종로 경주시지회에서 만난 구승회(71) 대한노인회 경북 경주시지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구 지회장은 “경로당에 오지 않는 65~70세를 대상으로 경로당 가입을 권유할 것”이라며 “그 사람들이 경로당에 와서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라는 게 아니고 일단 회원등록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노노케어 봉사를 하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구 지회장은 “노인은 못 하나 박으려고 의자에 올라서는 것도 힘들고 넘어지면 다칠 위험이 있다”며 “후배노인이 동네선배 독거노인의 집을 찾아가 못도 박아주고 전등도 갈아주는 등 제2의 새마을정신으로 말벗 봉사를 한다면 좋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물론 회원 확보를 달성한 경로당 회장에겐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구 지회장은 지난 5월 10일 전임 지회장의 갑작스런 유고로 치러진 제16대 경주시지회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72.3%)로 당선됐다. 구 지회장은 경북 노인복지 자문위원, 경주어울림한마당봉사회 고문 등 지역사회 봉사에 헌신했다. 현재 경주시장학회 후원회장, 의료법인 우석의료재단 회장, 연세실버타운 회장으로 있다. 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 자문위원장을 지냈다. 섬유제조업으로 무역의 날에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경주의 명소로 알려진 경주 세계자동차박물관 회장이기도 하다.

경주시 인구는 25만1000여명, 노인인구는 6만여명이다. 경주시지회에는 23개 분회, 630여개 경로당, 회원 2만8000여명이 있다. 

-취임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다. 사업 구상이 많을 것 같다.

“얼떨 결에 왔는데 와서 보니 (지회장이 되기를)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회가 할 일이 참 많다는 걸 느꼈다. 노인에 대해 저평가된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좀 바꿔보고, 경로당 회장 활동비도 지원하고, 직원 처우개선을 통해 조직에 활력도 불어넣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경로당 순회 프로그램 강사인 행복도우미의 호칭부터 ‘행복선생님’으로 바꿨다. 그분들이 하는 일이 무척 많다. 택배도 대신 부쳐주고 글씨도 써드리고 약도 타다드리는 등 어르신들 손발이 돼 주는 그들이 명절 외에는 들여다보지도 않는 자식보다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처음에는 도우미가 순우리말인데다 좋은 취지로 쓰였지만 노래방 등에서 불러지면서 변질이 됐다. 헌신적으로 노인을 모시는 그들에게 사회에서 서로 예의를 갖출 때 부르는 ‘선생님’ 호칭이 합당하는 생각에서다.”

-행복도우미들의 반응은.

“우리 지회 행복선생님 45명과 지회 강당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호칭 변경에 다들 좋아하며 만족해했다. 간담회란 걸 처음 했고, 자기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줘서 감사하다며 고마워하기도 했다.”

구승회 경주시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구 지회장 왼편이 홍염도 사무국장.
구승회 경주시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구 지회장 왼편이 홍염도 사무국장.

이날 간담회에서 행복도우미들의 현안도 해결해줬다. 일당제인 수당지급방식을 월급제로 바꿔 경조사 등으로 인해 나오지 못하는 날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다.

-경주시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남자회원들 방은 괜찮은 편인데 반해 여성회원들은 좌식의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허리가 아픈 노인에겐 방바닥에서 일어나는 일이 힘들다. 시의 협조를 받아 입식으로 바꾸려고 한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는데.

“통장이 30만원 선을 받는 걸 보고 개인적으로 그보다 더 수고를 많이 하는 경로당 회장들에 대한 활동비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도의 한 지회가 조례를 만들어 7만원씩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좀 전에 ‘백세시대’ 신문에서 봤다. 낼모레 경주시장 면담 자리에 신문을 가지고 가서 보여주려고 한다. 전국의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원 현황 자료가 있다면 제공해주길 바란다.” 

-또 다른 공약이라면.

“지회 전용의 45인승 버스를 마련해 노인들 어디든 가고 싶은데 모시고 가려고 한다. 그리고 지회가 단독건물이긴 하지만 주차장이 없어 불편하다. 다른 장소를 시에 요청하려 한다.”  

-지회장 선거에 나오게 된 계기는.

“우연히 식사 자리에서 전임 지회장을 만난 뒤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분에게서 자문위원장 자리를 권유 받고 1년여 봉사를 했다. 자문위원 봉사단을 만들어 독거노인들을 돌보려던 참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다. 주위에서 출마를 권했다.”

-노인회 경력은 자문위원장이 전부다. 그런데도 압승한 비결은.

“부모가 없어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크는 조손가정 학생들 교복 지원을 십수 년 했다. 국가가 무상교복지원을 한 뒤로는 그만 두고 경주시장학회에 매년 1000만원씩 기부했고 그러다 경주시장학후원회장도 맡았다. 그런 점을 대의원들께서 좋게 봐준 것 같다. 어느 연합회장께서 ‘최연소, 최다 득표’라고 하더라, 이 자리에 온 건 운명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지회장이 된 게 운명이라고.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 한 적도 없는데다 노인회에 관여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전까지 일면식조차 없었던 노인회장을 만난 계기로 경로당 회원 등록을 한 덕에 갑자기 치러진 지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설 자격이 생겼으니 모두가 이 자리에 올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 아닌가 싶다.”

-사업가로 명성이 대단했던 것 같다.

“형님의 도움으로 원단수출사업을 크게 하다 IMF 때 접었다. 이후 부동산중개사업 등으로 큰돈을 만졌다.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다’는 좌우명을 갖고 사업을 해왔다.”

-대형병원을 소유하고 있다.

“경주에 하나, 상주에 둘, 총 3곳의 의료원을 운영한다. 550개의 병상에 직원이 500여명이다. 앞으로 협약을 맺어 노인 회원에 대한 진료 및 치료에 대해 혜택을 제공하려고 한다.”

-경주 세계자동차박물관도 운영한다고.

“차를 좋아해 수입차가 희귀했던 70년대에 미국의 대형자동차를 몰고 다니기도 했다. 하나, 둘 스토리가 있는 희귀 차 100여대를 수집해 전시하고 있다. 그중에 영화 ‘택시’에 등장했던 현대 포니를 비롯해 박정희·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들이 타던 차량들도 있다.”

구 지회장은 “어머니가 (입장료 때문에)자식만 전시장에 들여보내는 걸 본 이후론 취약계층의 학생과 함께 온 부모에 한해 무료입장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구승회 경주시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일반회사 지사도 아니고 신문사 지국도 아닌데 굳이 지회장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다”며 “우리만이라도 다음 달부터 ‘노인회장’이란 명칭을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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