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채 어르신의 황혼재혼기 15회
정희채 어르신의 황혼재혼기 15회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04.24 10:35
  • 호수 1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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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죽으로 40년 위장병도 고치고

▲ 정희채 어르신은 황혼재혼을 통해 경제적 이익은 물론 건강까지 되찾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만 해도 복에 겨운 일인데 집사람은 나에게 또하나의 큰 선물을 가져다 주었다. 앞에서도 위장병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보통 환자가 아니었다. 40년 전부터 위장이 좋지 않아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중증의 환자였다. 집사람을 만날 당시 체중이 48kg에 불과했다. 그렇게 아프고 쑤시고는 하지 않았지만 소화가 안 되고 가스가 차서 트름만 계속하는 병이다.

집사람을 만나고 나서는 더욱 건강에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큰 병원을 찾아가 모든 검사를 받아보았다. 그러나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병명은 신경성 위염이였다. 처방약만 며칠분 받아서 집으로 왔다. 원인을 알아야 제대로 된 치료를 할 터인데, ‘신경성’이라는 말처럼 포괄적인 말이 어디 있겠는가.

같이 병원에 다녀오면서 집사람은 자신이 한번 위장병을 다스려 보겠노라고 했다. 옛날에 한번 다스려본 경험이 있기에 한방 특효약을 직접 만들어 치료를 자신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신경성 질환은 약보다도 환자의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마누라가 만든 특효약은 다름 아닌 죽이었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고 만드는 과정도 매우 복잡했다. 죽에는 소의 양, 호두, 은행, 잣, 찹쌀의 다섯 가지가 들어갔다. 소양을 한시간 이상 푹 삶고 잘게 썰어 믹서기에 간다. 나머지 재료도 역시 갈아 소양을 간 것과 합쳐 죽을 끓여내면 씹히는 것이 거의 없는 곤죽이 된다.

이 죽을 만들어 꼬박 1년을 먹었다. 그 결과 48kg의 체중이 55kg으로 늘었다. 위장병이 완화된 것은 물론 기력도 월등히 좋아졌다. 더해서 반년을 더 먹었는데 체중이 최고 60kg까지 올라갔다. 일생을 비쩍 곯은 늙은이가 풍채 당당한 노신사가 된 것이다. 지금도 57.8kg은 유지하고 있어 이 죽이 나의 건강을 지키고, 수명을 연장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거기에 더해, 집사람은 약 이전에 마음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늘 강조했다.
첫째, 모든 스트레스를 외면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것.
둘째, 화를 내지 말 것.
셋째, 자신의 일 이외에는 너무 신경을 쓰지 말 것.
넷째, 지나치게 흥분하지 말 것.

이를 실천할 수만 있다면 약과 함께 완치될 수가 있다고 늘 강조했다. 위의 사항은 모두 나의 정신적 결함이었다. 이렇게 감성이 예민하여 성격상의 결함이 있는 사람은 특히 위장장애는 물론이고 그 외의 부분도 쉽게 치료 되지 않는다는 내용은 집사람 뿐 아니라 모든 전문가들의 일치된 결론이었다.

오랜시간 걸쳐 형성된 성격상의 결함이 어디 하루 아침에 고쳐지겠는가. 그러나 나는 집사람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신뢰하게 되었기에, 하루하루 신경써서 마음을 누그러뜨리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하다보니 건강 뿐 아니라, 너그러운 품성도 갖추게 되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호인이라는 소리도 많이 듣게 되었다.

아파트도 장만하고 마누라도 얻었고 위장병도 고쳤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KBS에서 방송출연요청까지 들어왔다.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프로에 황혼재혼이라는 제목으로 1999년 9월 30일 한 시간짜리 단막극으로 방송되기도 했다. 이 프로가 방송되자 전국의 시청자분들이 한방특효약인 약죽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전화문의를 받느라 한참동안 애를 먹기도 했다.

이외에도 각 신문사, 잡지사, 방송국 할 것 없이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바람에 한동안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렇게 되어 우리 사이는 더욱더 굳어졌고 한눈팔 짬도 없었다. 많은 관심을 받다보니 자연 몸가짐도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다. 여러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사람이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나는 집사람을 만나 나의 여러 결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어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최선을 다해 생업에 힘썼다. 그리고 집사람 역시 내가 절대적으로 신뢰를 보낸 이유로 나에게 이런 엄청난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믿음 속에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관계. 그것이 바로 부부라는 인연이었다.
정리 함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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