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영 대한노인회 전북 장수군지회장 “과거처럼 김치만 먹던 시절 아냐…경로당 부식비부터 인상할 것”
오재영 대한노인회 전북 장수군지회장 “과거처럼 김치만 먹던 시절 아냐…경로당 부식비부터 인상할 것”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7.11 09:39
  • 호수 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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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분회 총무-사무국장-노인대학장 거쳐 ‘현장 노인복지 전문가’

작년 노인의 날 기념식 1500여명 참석… 송가인 초청 공연 등 성황리 개최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대한노인회 전북연합회 산하 지회장 가운데 사무국장 출신이 몇 있다. 장수군·익산시·부안군지회장들이 사무국장을 지냈다. 이들이 노인회에 들어간 시기도 비슷했고, 나이도 그렇다. 

오재영(74) 전북 장수군지회장은 “오랜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노인회에 들어와 어르신에 대한 복지증진과 권익향상만을 바라보며 물불가리지 않고 일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상기하면서 “노인회에서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봉사하던 중 각자가 지회장이 되고나서도 여전히 가깝게 지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4일 전북 장수읍 신천로에 위치한 장수군지회에서 오 지회장을 만나 노인회에 쏟은 열정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장수 군민은 2만2000여명, 노인인구는 8000여명이다. 장수군지회에는 7개 읍·면 분회, 278개 경로당, 회원 7000여명이 있다. 오 지회장은 공무원 생활(22년)을 끝내고 장수군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회장, 문화해설사(14년) 등을 지냈다. 분회·경로당 총무로 노인회에 첫발을 디딘 후 장수군지회 사무국장(4년), 노인대학장(2년)을 거쳐 지난 2020년 2월에 18대 장수군지회장에 취임했다. 노인회 조직의 맨바닥부터 밟아 올라와 ‘현장 노인복지의 전문가’인 셈이다.

-취임하자마자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한 사업은 중단 없이 했다. 특히 경로당 총무님들이 운영비 집행과 정산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 걸 보고 그 부분을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어떤 어려움인가.

“농사짓는 분들에겐 카드로 써야 한다, 현금은 못 쓴다는 항목이 번잡하기만 하다. 정산도 힘들고. 그래서 군수께 부탁해 경로당 운영비 관리에 도움이 될  회계지도원을 두었다. 사회 경험이 풍부한 50대의 지도원 7명이 경로당을 순회하며 회계 교육을 실시한 결과 훨씬 나아졌다.”

-또 다른 성과라면.

“아마 전북에서 우리가 노인대학 예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안다. 한때 150명 정원이 코로나 이후엔 조금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참석해 화요일마다 지회 2층 강당이 배움의 열기로 뜨겁다.”

-노인대학 인기 배경은.

“수준 높은 강연도 한몫을 한다. 원광대 교수가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예방 교육을 할 때는 참석률이 100%이다. 조만간 경찰서장도 교통안전 특강을 할 예정이다. 노인일자리를 하는 분들이 많아 오후로 수업시간을 돌렸다. 점심 대신 샌드위치 등을 간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노인대학장도 지냈다.

“과거에는 참석률이 저조해 수업이 있는 날에는 꼭 나오시라고 일일이 전화를 드리곤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가 됐다. 음식문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서부터 자산관리 등을 교육하면서 저 역시 배우는 것이 많다. 궁핍한 시대를 살아온 어르신들은 자기 호주머니에 들어온 돈을 내놓지 않는 습성이 있다. 그러지 마시고 좀 쓰셔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오재영 전북 장수군지회장(왼쪽 세 번째)이 지회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오 지회장 왼쪽이 홍혜란 사무국장.
오재영 전북 장수군지회장(왼쪽 세 번째)이 지회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오 지회장 왼쪽이 홍혜란 사무국장.

-노인의날 기념식을 특별하게 치른다고.

“그런 날이 아니면 모일 기회가 없는데다 그만한 행사도 없어 7개 면에서 따로 치르게 됐다. 그런데 우리는 괜찮지만 행사마다 참석해야 하는 기관장들의 불편이 크다는 하소연이 뒤따랐다. 그래서 ‘한 번에 모여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가 분회장들의 반대 의견이 많아 포기한 적이 있다.”

오 지회장은 “그렇지만 작년 노인의 날 기념식은 군수님, 군의회 의장, 국회의원과 어르신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수 송가인 등을 초청해 한 번으로 끝냈다”며 “TV, 냉장고 등 협찬이 너무 많이 들어와 나중에는 경품추첨도 생략한 채 전부 나눠드렸다”며 웃었다. 

-경로당 시설은.

“기본적인 가전제품은 물론 공기청정기·정수기·안마의자 등 웬만한 비품은 모두 다 갖췄다. 여름에 냉방이 잘돼 (경로당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농번기에는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잘 나오지 못하지만 추수 끝나고 다음해 농사 시작 전까진 경로당이 붐빈다.”

-노인일자리 상황은.

“올해는 경로당식사도우미 등 421명이 하고 있다.”

-사무국장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은.

“장수군지회장(2010~2016년)을 지내신 김두봉 전북연합회장님의 권유로 노인회에 들어왔다. 회장님 모시고 여러 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쳤던 기억이 새롭다. 사무실 이관도 그 중 하나다. 원래 노인회 단독건물을 갖고 있다. 선배 어르신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건물로 엘리베이터가 없는데다 낡고 비좁아 임대를 주고 새로 지은 사회복지회관으로 옮겨왔다. 분회장 활동비(20만원) 지원도 그때 이뤄졌다. 가깝게 알고 지내던 군의원 등 과거 공무원 경력이 예산을 따내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북의 동료 사무국장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소통하고, 장애물에 부닥쳤을 때는 서로 도움을 받아가면서 사업을 수행했다.”

-14년 경력의 ‘문화해설사’로서 장수군을 소개한다면.

“제가 논개 전문가이다. 대부분 논개를 진주기생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그게 아니고 왜장에게 접근하기 위해 가장한 것이다. 논개는 장계면 주촌리 태생으로 19세까지 장수에서 살았고 이곳 현감 부인이었다. 논개가 깍지 낀 손으로 일본장수와 함께 강물로 투신한 직접적 배경은 진주성 전투에서 숨진 남편에 대한 복수였다. 군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해 논개사당과 논개생가지를 잘 조성해놓았다. 논개의 얼을 기리는 연등제를 비롯, 연극·제례·공연 등이 매년 장수에서 성대히 열린다. 그리고 장수향교 대성전(보물 제272호)이 600년 간 원형을 유지해오고 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당시 왜군이 향교에 불을 지르려 하자 노비 정경손이 ‘이곳은 성역’이라며 필사적으로 지킨 덕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두봉 회장님이 장수향교 전교로서 2004년 당시 군수와 함께 600주년 기념 식수한 주목이 잘 크고 있다.”

-장수 어르신들의 생활상은.

“회원 중 반 이상이 농사를 짓는다. 저도 3000평에 벼를 비롯해 깨·고추·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르신들이 편하게 지내도록 도와드리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 경로당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의 애환이 무엇인지를 잘 수렴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과거에는 반찬이 김치 하나만 있어도 됐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우선 군수께 부식비 인상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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