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33] 여름철 냉방병(冷房病)
[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33] 여름철 냉방병(冷房病)
  • 장은경 경희대한방병원 간장·조혈내과 교수
  • 승인 2022.07.11 10:30
  • 호수 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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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경 경희대한방병원 간장·조혈내과 교수
장은경 경희대한방병원 간장·조혈내과 교수

요즘은 한여름에 일사병과 같은 온열 질환보다 냉방병을 더 자주 접하게 된다. 

‘냉방병’(Air-conditioningitis)은 폭염과 열대야 등 무더위가 계속되는 환경에서 에어컨 냉기나 선풍기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여름철 대표적 질환 중 하나이다. 

냉방병은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가 클 때 시상하부의 체온조절기능이 떨어지면서 다양한 신체 및 환경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특히 실내 온도가 실외보다 10℃ 이상 낮게 되면 뇌혈류량 감소, 장운동 저하, 근육수축의 불균형, 호르몬 분비 이상 등이 나타난다. 피부 체온이 저하되고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면역력도 저하된다. 

냉방병의 증상은 나이, 성별, 기저질환, 생활환경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두통이나 미열, 콧물, 재채기, 코막힘, 인후통 같은 ‘호흡기 증상’ ▷소화불량, 메스꺼움, 복통,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 ▷쉽게 피로해지고 몸이 나른하고 무기력한 증상 ▷뼈, 관절, 근육, 인대 등이 냉기로 인해 수축되어 ‘근골격계 통증’까지도 유발한다. 

특히 여성은 생리불순, 생리통, 수족냉증, 냉대하증, 정서장애 등이 일어날 수 있으며 노인의 경우에는 안면신경마비도 발생한다. 냉방병은 평소 추위에 예민하고 한여름에도 손발이 싸늘하거나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더 발생하기 쉽다.

냉방병은 지나치게 낮은 실내온도를 조절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스트레칭, 환기 등을 잘 실천하면 대부분 호전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면 증상 개선을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냉방병을 더위 때문에 생기는 병(暑病) 중에서도 음서(陰暑)의 범주로 본다. 음서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장시간 바람을 쐬거나 차가운 것을 많이 먹어 속이 냉해졌을 때 나타나는 질환이다. 

한의학적 치료로 체내로 과하게 들어온 냉기를 배출하고 부족해지기 쉬운 원기(元氣)를 보해주는 한약재를 중심으로 증상에 따라 다양한 처방을 활용한다. 호흡기 위주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표증(表證)을 풀고 발산(發散)시키기 위해 ‘이향산’(二香散)을 고려할 수 있고, 팔다리가 싸늘해지고 몸이나 머리가 쑤시고 아프며 복통과 설사를 수반하는 경우에는 ‘오적산’(五積散)이나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등을 처방한다. 

또한 중국 당대의 명의 손사막(孫思邈)이 ‘여름에는 항상 오미자를 챙겨먹어 오장(五臟)의 기를 보하도록 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오미자차를 음용하는 것도 냉방병의 예방 및 관리에 도움이 된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는 5℃가 넘지 않도록 유지해야 하며 2시간마다 5분 정도 창문을 열어 실내외 공기를 환기시켜야 한다. 더불어 에어컨은 1~2시간 가동 후 30분 정도 정지시키고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을 머리나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시간 냉방상태에서 근무하는 경우에는 따뜻한 차를 챙겨 마시고 덥더라도 바깥 공기를 쐬도록 해야 하며,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틈틈이 맨손 체조나 스트레칭을 하도록 한다. 차가운 물이나 음식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며, 과음을 삼가고 잠잘 때에는 배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얇은 이불이라도 덮어준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운동을 통해 체온을 높여 땀을 흘리게 해야 하며, 과로와 수면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 몸의 면역력을 높여줘야 한다.

여름 무더위를 피해 에어컨 아래에서만 지내지 말고 적절히 땀을 흘리고 따스한 음식도 챙겨 먹으면서 이열치열의 지혜로 건강하게 여름을 지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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