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트롯 팬덤’의 힘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트롯 팬덤’의 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7.11 10:33
  • 호수 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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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직전인 2020년 2월,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서는 배우 송진우가 가수 송가인의 팬클럽 ‘어게인’에 가입해 다른 회원들과 함께 하루 동안 활동하는 영상을 올려 관심을 받았다. 

그간 아이돌 가수들의 팬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은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지만 어르신들이 주축이 된 팬클럽의 내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과연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있었다. 이는 완전한 착각이었다.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에 전혀 뒤지지 않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체계적인 응원을 하고 있었다. 

어게인의 회원들은 팬클럽의 상징색인 핑크색으로 상의를 입고 모자에는 자신의 팬클럽 활동명을 새기는 등 통일된 복장으로 등장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음원사이트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노래를 외우는 모습도 신선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대기하며 먹을 수많은 간식들이었다. 믹스커피, 귤과 함께 한쪽에서는 붕어빵틀로 붕어빵을 굽는 등 자신들만의 응원문화를 만들었다.  

지난 5월과 6월 가수 임영웅의 첫 정규앨범 수록곡 대다수가 국내 대표 음원사이트 멜론의 실시간차트를 장악하며 놀라움을 선사했다. 타이틀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1위를 한 것을 비롯, ‘우리들의 블루스’, ‘사랑은 늘 도망가’, ‘무지개’, ‘아버지’, ‘이제 나만 믿어요’ 등이 10위권 내 진입하며 일명 ‘줄세우기’에 성공한 것이다. 

줄세우기는 팬덤이 응원하는 가수의 기를 세워주기 위해 특정 시간을 노려 집중적으로 해당 가수의 노래만 듣는 일명 ‘스트리밍 총 공격’(스밍총공)을 해서 앨범의 주요 수록곡들을 상위권에 올려주는 것을 말한다. 차트를 교란시킨다고 해서 비판을 받는 방식이기도 하다. 트로트를 즐겨듣는 이들이 고령층이고 스밍총공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전자기기를 이용해 음악을 들어야만 집계되는 방식이기에 어르신들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졌는데 두 차례 성공을 통해 이러한 편견을 완전히 깨버렸다.

대체로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조직적인 대중음악 팬덤이 태동했다고 말한다. 물론 그 이전에 조용필, 더 이전에 남진‧나훈아를 꼽는 이들도 있다. 기원이 언제였든 팬덤의 중심에는 젊은 세대가 있었다. 2020년대 송가인, 임영웅 등 새로운 트로트 스타가 등장하며 이러한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대중음악 팬덤은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막강한 자금력까지 갖춘 ‘트롯 팬덤’의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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