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시 한양 보물 100선’ 전…‘대동여지도’ 보다 더 상세한 ‘동여도’가 있었다
‘명품도시 한양 보물 100선’ 전…‘대동여지도’ 보다 더 상세한 ‘동여도’가 있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7.11 13:08
  • 호수 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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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동여도’를 비롯해 조선시대 한양을 대표하는 유물 100여점을 소개한다. 사진은 전시장에 나란히 배치해놓은 ‘대동여지도’와 ‘동여도.의 모습
이번 전시에서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동여도’를 비롯해 조선시대 한양을 대표하는 유물 100여점을 소개한다. 사진은 전시장에 나란히 배치해놓은 ‘대동여지도’와 ‘동여도.의 모습

조선시대 한양의 발전된 기술과 문화 엿볼 수 있는 유물 100여점 

세계지도격인 ‘천하여지도’, 흥선대원군이 그린 ‘석란도’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조선 지리학자인 김정호가 철종 12년(1861년)에 제작한 ‘대동여지도’. 김정호가 27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답사해 만든 이 지도는 놀라울 정도로 정밀함을 인정받아 보물 제850호로 지정됐다. 도로는 곧고 가느다란 선으로, 하천은 비교적 굵은 곡선으로 나타냈고, 하천을 줄 2개로 표시한 경우 배를 탈 수 있음을 표현하는 등 실용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지도의 크기다. 방대한 크기 때문에 휴대와 열람이 편리하도록 분첩절첩식으로 제작됐는데 모두 펼쳐 연결하면 가로 4미터, 세로 7미터에 달한다.

좀처럼 보기 힘든 ‘대동여지도’를 비롯해 조선시대 수도 한양의 주요 유물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오는 8월 7일까지 진행하는 ‘명품도시 한양 보물 100선’ 전에서는 ‘대동여지도’, ‘용비어천가’, 청진동 출토 항아리 등 한양을 대표할 수 있는 보물 15건을 포함한 유물 10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조선 시대 한양의 사대부와 기술관, 장인들에 의해 생산된 유물을 비롯해 한양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수집된 특산공예품 등을 지도·서화·고문서·전적·공예의 순서로 소개한다.

첫 번째 공간인 ‘지도, 땅을 그린 그림’에서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주요 지도를 소개한다. 대동여지도와 함께 눈여겨 볼 지도는 ‘동여도’(1856)와 세계지도 격인 ‘천하여지도’(17세기)다. 

동여도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 작성한 고본(稿本) 또는 필사본으로 추정되는 지도로 대동여지도보다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예컨대 주기명(註記名)의 경우 먼저 만들어진 동여도는 1만8000여개가 표시됐지만 5년 뒤 제작된 대동여지도는 1만3000여개로 줄어들었다. ‘대동여지도’와 ‘동여도’가 함께 공개된 것은 최초여서 이러한 차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보물 제1601호인 천하여지도는 조선 후기 중국 중심의 세계를 그린 일종의 동아시아 지도이다. 조선에서 그려진 동아시아 지도 가운데 일본의 북해도를 분명히 표기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또 국내에 전하는 조선시대 제작 세계지도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료적 가치도 높다.

이어지는 ‘서화, 한양의 글씨와 그림’에서는 한양의 사대부가 그린 명승·명소가 담긴 ‘산수화’, 한양의 풍속과 놀이를 담은 ‘풍속화’, 국가의 행사를 기록하고 사적인 모임을 기념하며 그린 ‘기록화’, 궁궐을 그림으로 장식한 ‘궁중장식화’, 군자의 마음을 담은 ‘사군자’, 한양 사대부의 얼굴을 담은 ‘초상화’, 한양 명필의 글씨를 담은 ‘서예’ 등을 전시한다. 이중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그린 ‘석란도’가 인상적이다. 흥선대원군이 정계에서 물러난 후, 결혼 60주년 기념해 그린 석란화를 병풍으로 제작한 것으로 그가 그림에도 조예가 깊었음을 엿볼 수 있다.

한양은 행정의 중심지이자 최대의 인구 밀집 지역으로, 다양한 행정문서들을 생산하는 도시였다. ‘고문서, 한양의 옛 문서’에서는 조선 초기에 발급된 희귀한 임명문서부터 명문·분재기·소지 등 한양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일상적인 문서들이 함께 전시된다. 가장 오래된 한성부 입안(토지매매문서)과 15미터에 달하는 한성부 입안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적, 한양에서 출판된 옛 책’에서는 세종 때 목판본으로 제작된 ‘용비어천가’를 비롯해 경자자로 인쇄된 조선 최초의 ‘자치통감강목’과 초주갑인자로 인쇄된 조선 최초의 ‘자치통감’ 등 보물급 유물들을 선보인다. 이중 ‘자치통감강목’을 눈여겨볼 만하다. 경자자는 세종대왕의 업적 중 하나로 고려 금속활자의 위세에 묻혔지만 역사적 의미가 크다. 세종은 즉위 이후 당대 천재 과학기술자 무관 이천과 논의해 조립식으로 글자를 조판하는 방식으로 안정된 틀을 유지하면서 다량의 인쇄물을 찍을 수 있는 경자자를 개발한다. 세종 2년 경자자로 찍은 ‘자치통감강목’은 이러한 발전된 금속활자 기술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 공간인 ‘공예, 경공장이 선도한 문화’에서는 조선시대 중앙관청에 소속돼 왕실과 중앙관청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물품을 제작했던 경공장의 솜씨가 담긴 청진동 출토 백자 항아리와 대장경궤 등의 목가구 등을 소개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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