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한은, 사상 첫 금리 0.5%p 인상 ‘빅스텝’… 빚 많은 취약층 이자부담 커져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한은, 사상 첫 금리 0.5%p 인상 ‘빅스텝’… 빚 많은 취약층 이자부담 커져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7.18 11:22
  • 호수 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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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한국은행(한은)이 기준금리를 0.5%p(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첫 ‘빅스텝’ 인상이면서 사상 첫 3연속 인상 결정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7월 13일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를 열고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연 2.25%로 올렸다. 

통상적인 인상 폭(0.25%p)의 두 배인 빅스텝에 나선 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역사상 처음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외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었지만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큰 폭의 금리 인상으로 성장과 고용에서 발생하게 될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물가 대응이 우선이라는 명확한 의지를 시장과 경제 주체들에게 강력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빅스텝 배경을 설명하는 자료에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연간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석유류와 식료품 품목을 제외한) 인플레이션율도 상당 기간 4% 이상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는 후폭풍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가계의 추가 이자 부담이 7조원 가량 불어난다. 최근 10개월을 따지면 24조원에 달한다.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우려가 크다. 

실물경기가 위축될 소지도 다분하다. 금리가 1%p 오르면 성장률은 0.2%p 하락한다. 기업들의 실적이 쪼그라들고 한계기업의 파산도 속출할 수 있다. 상장기업 10곳 중 3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금융이 동반 부실의 늪에 빠지지 말란 법이 없다.

기업들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자금 조달이 한층 어려워졌고 원자재가 고공행진은 계속돼 채산성 악화가 예상된다. 게다가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당분간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올해 안에 몇 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내비쳤다. 빅스텝이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경제주체들로서는 총체적 난국에 봉착한 느낌이다.

이처럼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가계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신기술 개발 등으로 언제 끝날지 모를 불황기를 돌파할 지혜를 짜내야 한다.

비상시국에는 기존의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수신 금리를 잇달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금리 상승기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 확대로 은행이 과도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을 더 이상 확산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인 예·적금으로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역머니무브는 증시와 부동산이 호황을 이룰 때는 고위험, 고수익의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지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은행 예금으로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향후에도 추가적인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예·적금 상품의 매력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가파른 물가를 잡기 위해서라도 금리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는데다 한미 금리역전차 우려 등도 넘어야 할 산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 예금은 최대 연 3%대, 적금은 최대 연 8%대를 주는 상품까지 등장했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은 평균 금리가 연 3.1%를 넘은 상태다. 불안전 자산인 펀드, 주식, 부동산 보다 예·적금 상품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경기는 둔화하는데 물가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도 않았다. 하반기 내내 경기둔화와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우리는 수년간의 저금리 시대가 끝났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부동산 투기나 대출을 받아 주식·가상자산 등 투자에 나서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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