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방치해선 안 될 ‘고스트건’ 문제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방치해선 안 될 ‘고스트건’ 문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7.18 11:42
  • 호수 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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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얼마 전 일이다. 넷플릭스를 켜고 무엇을 볼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것이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당 고교 출신 형사가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블랙 스페이스’라는 드라마였다. 평소 형사물을 즐겨 보는 데다가 이스라엘에서 제작한 작품이어서 더 눈길이 갔다. 드라마는 초반부터 충격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다.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이 소재였는데 범죄에 사용된 총기를 3D 프린터로 제작해 특히 놀라움을 주었다. 이러한 사제 총은 추적이 어렵다는 의미로 ‘유령총(고스트건)’이라 부르는데 총기 사고가 만연한 미국에서는 이를 이미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나마 총기 청정국인 대한민국에서 살아서인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라고만 치부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암살 사건을 계기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총기 소유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 총기 청정국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 암살 사건에 사용된 총기가 3D 프린터로 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스트건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2016년 서울 강북구에서 일어난 ‘오패산 총격 사건’이 대표적이다. 범인 성모 씨가 시민 2명을 살해하려 사제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다. 범인의 원래 계획은 실패했지만 이를 진압하던 김모 경감이 총탄을 피하지 못해 순직했다. 조사 결과 성 씨는 범행 당시 사제 총기만 17정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총기 설계법을 이용해 총기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에는 외국에서 총기부품을 몰래 들여와 고스트건을 만들고 이를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현역 군인과 민간인이 포함된 인터넷 동호회원들로 구성된 이들은 미국 총기 사이트에서 구입한 총기부품을 자동차 부품이나 장난감 등으로 위장해 국내에 반입한 후 인터넷 동영상을 참고해 총기 부품을 조립해 소총과 권총 등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아울러 최근 전남 여수에서는 파출소 출입문 사이로 화살을 쏜 남성이 붙잡히기도 했다. 그는 복면을 쓴 채로 파출소를 찾아 화살 공기총을 한 차례 쏘고 달아났다. 다행히 화살이 방역용 가림판에 막혀 다친 경찰관은 없었다. 그는 독일제 화살 공기총을 해외 사이트를 통해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불법 총기 사고는 총 17건이 발생했다. 아직은 적지만 마약이 그랬던 것처럼 자칫 방치하면 총기 청정국 지위마저 잃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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