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기다림1
[디카시 산책] 기다림1
  • 디카시·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22.07.18 11:58
  • 호수 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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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1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 행복이 될 때

두근거리는 동안 온 신경은 모두

한 곳만을 향한다는 것을

모든 시간 또한 한 곳으로만 흘러간다는 것을


기다리는 일이 행복이 될 때가 있고, 고통이 될 때가 있다. 처음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기다리는 시간은 분명 행복만 가득할 테고 한 쪽이 끝나버린 연인들에게는 고통의 시간만 가득할 게 분명하다. 

저렇게 한 곳에서 한 곳만을 응시하는 마음이란 얼마나 간절한가. 기다림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 시간은 또 얼마나 두근거릴 것인가. 얼마나 힘들 것인가. 올 것인지 오지 않을 것인지 알 수 없는 시간들이 무한정 흐르고 모든 신경과 모든 마음이 한 곳으로 흘러가서 그 사람을 마침내 내가 있는 곳으로 이끌 게 분명하다면,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겠지.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간절하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기다린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다. 그러나 기다리고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그런 믿음마저 없다면 이 힘든 세상을 어찌 견딜 수 있을까.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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