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엔데믹, 업사이클’ 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 코로나의 상징 ‘마스크’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엔데믹, 업사이클’ 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 코로나의 상징 ‘마스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7.18 14:16
  • 호수 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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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코로나 시대 무분별하게 사용된 일회용품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을 통해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되돌아본다. 사진은 비닐을 활용해 괴생명체를 표현한 이병찬 작가의 ‘크리쳐’.
이번 전시는 코로나 시대 무분별하게 사용된 일회용품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을 통해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되돌아본다. 사진은 비닐을 활용해 괴생명체를 표현한 이병찬 작가의 ‘크리쳐’.

택배상자 등 폐자원을 업사이클한 예술작품, 공모전 수상작 선봬

비닐로 정체불명 생명체 표현한 ‘크리쳐’, 마스크로 만든 한복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7월 12일 경기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는 1950년대를 풍미했던 마릴린 먼로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먼로의 트레이드 마크인 왼쪽 볼의 점과 특유의 매혹적인 미소를 담은 작품은 다른 유화와 달랐다. ‘화장품 그림’으로 유명한 김미승 작가의 작품으로 펄(반짝이)이 들어간 폐 립스틱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나란히 전시된 오드리 헵번의 초상화 등도 물감 대신 폐 화장품으로 그려 기존 그림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발생한 다양한 생활쓰레기를 소재로 만든 업사이클 작품을 통해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조명하는 전시가 경기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엔데믹, 업사이클’ 전에서는 지난 2년여간 어쩔 수 없이 사용한 마스크와 재택생활로 발생한 수많은 배달음식용기, 택배상자 등 폐자원을 업사이클한 예술작품들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센터에서 주최한 업사이클 공모전인 ‘엔데믹’의 수상작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먼저 설치미술가 ‘민정See’는 플라스틱을 엮어 거꾸로 된 하트 모양을 표현한 ‘플라스틱 그린’을 선보인다. 주변에는 녹색 플라스틱 용기를 압축해 만든 직육면체 상자를 배치하고 하트는 투명 플라스틱병들로 곳곳이 분절된 위태로운 형상으로 표현했다. 무분별하게 사용된 플라스틱으로 인해 ‘녹색’을 잃은 ‘부서지는 하트’를 통해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장선희 작가는 포장재 끈, 보자기, 커피 캡슐, 넥타이 등 쓸모가 없어지거나 많이 소비하는 폐기물을 기하학적 무늬로 표현한 작품을 소개한다. 본래 형태를 잃고 형형색색을 입은 폐자원들을 통해 업사이클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또 박성범 작가의 ‘흑사병 의사의 눈으로 본 팬데믹’은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경각심을 일깨운 작품이다. 과거 흑사병이 유행할 당시 유럽에서는 공기로 전염된다고 생각해 의사들이 까마귀 모양의 마스크를 쓰고 감염자들과 마주했다. 이때 마스크 부리 끝에 구멍을 내고 부리 안에 허브나 약초 등을 채워 병의 감염을 막으려 했다. 박성범 작가의 작품은 마스크와 폐선풍기, 일회용기 등으로 이러한 의사들의 모습을 표현해 전염병보다 환경오염이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덴탈 마스크를 이어붙여 만든 마스크한복.
덴탈 마스크를 이어붙여 만든 마스크한복.

‘엔데믹’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권혜성 작가의 ‘마스크 한복’도 인상적이다. 멀리서 보면 조선시대 여인들이 입은 옷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이어붙인 수십 장의 덴탈 마스크가 눈에 들어온다. 코로나 시대의 슬픔을 추모하는 동시에 환경오염으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자연, 파멸을 향해 나아가는 인류를 애도하는 상복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를 상징하는 작품은 이병찬 작가의 ‘크리쳐’ (Creature)다. 마스크, 배달음식 용기와 함께 방대하게 사용된 비닐을 활용해 만든 거대한 생명체다. 거미와 지네를 합쳐놓은 듯한 형상은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탄생한 끔찍한 돌연변이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작품 안에 공기를 넣고 뺄 때마다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모습은 괴수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를 통해 무분별하게 사용한 일회용품이 머지않아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전시가 절망적인 메시지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수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던 자영업자들을 위로하는 작품도 있다. 이송준 작가는 식당이 폐업해 버려진 철제그릇 수십 개를 이어 붙여 육지에서 가장 큰 동물인 코끼리로 재탄생시켰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한 발 후퇴해야 했지만 결국에는 다시 일어서서 거대한 발자국을 남기길 염원하고 있다. 

김동규‧김성조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해 결성한 아티스트 그룹 ‘패브리커’(fabrikr)의 ‘일루전’ 역시 희망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웨딩드레스의 자투리천으로 꽃의 형상을 표현한 일종의 조명(照明)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시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미래를 밝게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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