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디스크와 닮은 ‘경추척수증’… 젓가락질도 어려워
목디스크와 닮은 ‘경추척수증’… 젓가락질도 어려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7.18 14:22
  • 호수 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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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추척수증의 증상과 치료
경추척수증은 퇴행 변화 등으로 인해 경추 척수가 물리적으로 압박을 받아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손의 세밀한 운동과 보행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경추척수증은 퇴행 변화 등으로 인해 경추 척수가 물리적으로 압박을 받아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손의 세밀한 운동과 보행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퇴행성 변화 등으로 척수 압박… 심한 경우 대·소변 조절도 어려워져

척추 MRI 검사로 확인… 환자의 나이·원인 등 고려해 수술 방법 결정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주부 김희자(62)씨는 최근 들어 부쩍 손에 힘이 빠져 젓가락질이 잘되지 않았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더니 전신 통증은 물론 목 주변이 아프고 저린 증상이 다리까지 내려와 걷다가 갑자기 힘이 풀려 주저앉기도 했다. 똑바로 걷기도 어려워진 김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 ‘경추척수증’ 진단을 받았다.

경추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은 우리에게 익숙한 목디스크를 포함하여 여러 질환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위험한 것이 경추척수증이다. 자칫하면 사지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척수는 목(경추)과 등(흉추), 허리(요추) 일부에 존재하는데, 척수증은 퇴행 변화 등으로 인해 척수가 물리적으로 압박을 받아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척수증이 생기면 손과 발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마치 중풍이 생겼을 때 마비가 오는 것처럼 손이 둔해지고,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진다. 대부분의 환자는 이러한 마비가 오면 뇌에 이상이 생겨 뇌경색 또는 뇌졸중 등을 의심하지만 척수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경추척수증의 원인

경추척수증은 선천적으로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은 경우, 심한 ‘경추 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이 있거나 후종인대 골화증 등 퇴행성 질환에 의해 자란 뼈가 커지면서 척수신경에 압박이 발생해 생길 수 있다. 

척추 인대는 뼈 사이의 움직임을 유지하면서 어긋나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데 전종인대는 척추의 전방에서 지지하는 것이고 후종인대는 척추의 뒤쪽에서 지지한다. 또 황색인대가 있어 척추궁을 감싼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후종인대가 뼈처럼 단단하게 굳어지며 두꺼워지는 질환으로, 단단하게 굳고 두꺼워진 후종인대가 후방에 위치한 척수를 압박하면 경추척수증이 발생한다. 

황색인대는 척추 후방에서 척수신경을 감싸는 척추 후궁(척수를 보호하고 있는 평평한 구조물)을 잇는 인대다. 상대적으로 강한 탄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황색인대가 석회화되고 두꺼워지면서 주변 중추신경 척수를 압박하면 통증을 유발하고 여러 신경 증상을 불러일으킨다. 

척추관은 척수가 지나는 척추 중앙 통로다.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사람들에게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퇴행성 변화에도 척수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게 되고 경추척수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

◇경추척수증의 증상

이처럼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경추 부위의 척수에 압력이 가해지면 신경 손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여러 운동장애가 생기게 된다. 

우선 손의 세밀한 운동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 주 증상이다. 물건을 쉽게 놓치고 글씨체가 변하며, 젓가락질이 어려워지고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는 데 불편함을 겪게 된다. 

또한 걸음이 휘청거리는 등의 보행장애도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신경 손상으로 인한 고유 수용성 감각(근육, 관절, 힘줄에서 발생하는 감각)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대·소변 조절이 어려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개 아주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미세한 이상 소견을 처음에는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발병 초기에는 목과 어깨 주변부에 통증이 발생하고 팔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생겨 목디스크로 오인하기 쉽다. 

박지원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경추척수증 증상 초기에는 목과 어깨, 손, 팔 등에서 통증과 저림 등의 증상이 동반돼 단순 목디스크와 혼동해 증상을 방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경추척수증의 치료

말초신경이 압박되는 목디스크의 경우 약물, 주사 등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호전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추신경이 눌리는 경추척수증의 경우에는 보존적 치료로 호전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심각하게 신경이 압박되는 상태라면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의 병력과 신체 진찰에서 경추척수증이 의심된다면, 목 부위에 척추 MRI 검사를 시행해 경추척수증을 확진한다. 이때 MRI는 척추 질환 진단, 신경 압박 정도, 수술치료 여부와 방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사용된다.

검사 결과, 신경이 심하게 압박되고 있다면 환자의 나이 및 전신 상태를 고려해 수술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환자 나이가 젊고 척추관 협착이 심한 상태라면 예방 차원으로 이른 시기에 수술을 결정할 수 있으며 척수증의 정도, 척추 분절의 수 등을 고려해 전방, 후방 접근법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주로 퇴행성 변화라든지 심한 목디스크로 인한 경추척수증은 전방으로 접근하여 경추간 유합술을 통해 척수가 압박받는 부분을 해소한다. 반면, 후종인대 골화증으로 인한 경추척수증에 대해서는 후방으로 접근해 후방 감압술이나 후궁 성형술을 시행한다.

박지원 교수는 “환자의 증상이 오래된 경우나 척수가 심하게 눌려 있어 신경의 기질적 변화가 있는 경우,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 등은 수술 후 신경 기능의 회복 정도가 적다”면서 “척수증은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특징을 가진 진행성 질환이므로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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