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영화관 입장료, 1000원만 내립시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영화관 입장료, 1000원만 내립시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7.25 13:34
  • 호수 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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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얼마 전 ‘토르: 러브 앤 썬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표 두 장을 예매하는데 든 비용은 3만원이었다. 여기에 영화를 보며 먹을 팝콘과 커피 등을 사고 나니 5만원 가까이 들었다. 그나마 필자는 나은 편이다. 모션체어에 앉아 역동적으로 관람하는 ‘4DX’나 정면뿐만 아니라 왼쪽과 오른쪽에도 스크린을 설치한 ‘스크린X’ 같은 특수상영관에서 두 사람이 영화를 감상하면 표값만 5만원에 육박한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국내 대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대표 상영관 CGV의 20년간 가격 변화를 비교하는 표가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1999년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3000원이었고 CGV의 표값은 6000원으로 딱 두 배 차이였다. 이후 가격을 먼저 올린 것은 CGV였다. 2004년 8000원으로 올렸는데 인상률은 33%에 달한다. 

스타벅스는 2005년 처음 300원을 올렸다. 인상률은 10%에 불과했다. 스타벅스는 2010년과 2012년 잇달아 300원씩 올렸고 2014년에도 200원을 올려 아메리카노 4000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후 7년간 4100원으로 동결했고 코로나 여파에도 버티다 올해 400원을 올려 현재는 4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CGV는 2009년과 2013년 각각 1000원씩 올리며 1만원 시대를 열었다. 문제는 이후 행보다.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1000원씩 인상했고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매년 1000원씩 표값을 불려나갔다. 그 결과 2배였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의 격차는 3배 이상 벌어졌다. 2만2000원인 스크린X 상영관 표값과 비교하면 가격 차는 5배에 육박한다. 올해 초 3년 연속 가격 인상으로 거센 비판을 받자 CGV는 이런 입장을 밝혔다.  

“투자·제작·배급·상영이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는 국내 영화산업은 코로나 이후 붕괴 직전에 몰렸다. 영화산업의 생존을 위해 피치 못하게 관람료 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지난 4월 거리두기가 전격 해제되면서 극장가는 코로나 이전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 올해 1~6월 전체 누적 매출액은 45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1%(2666억 원) 증가했고, 전체 누적 관객 수는 4493만명으로 역시 124.4%(2490만명) 늘었다. 

이처럼 관객들은 빠르게 돌아오고 있지만 표값은 그렇지 않다. 7월에 ‘외계+인’, ‘한산: 용의 출현’ 등 대작이 개봉하고 8월에도 이병헌, 송강호, 전도연 등 초호화 출연진이 참여한 ‘비상선언’이 개봉을 앞두면서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온 나라가 치솟는 물가로 어려운 시기다. 물론 극장도 지난 2년간의 피해를 메우려면 더 많은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가격 인상 때 내세운 ‘고통분담’을 이제는 국민들을 위해 실행해야 하지 않을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000원만 내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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