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산 : 용의 출현’, 이번엔 거북선과 학익진… 이순신 명승부 펼쳐진다
영화 ‘한산 : 용의 출현’, 이번엔 거북선과 학익진… 이순신 명승부 펼쳐진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7.25 15:37
  • 호수 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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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인 ‘명량’의 후속작인 이번 작품에서는 한산도대첩을 대승으로 이끈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활약을 담고 있다. 사진은 극중 조선 수군이 학익진을 펼친 모습.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인 ‘명량’의 후속작인 이번 작품에서는 한산도대첩을 대승으로 이끈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활약을 담고 있다. 사진은 극중 조선 수군이 학익진을 펼친 모습.

1761만명 동원한 ‘명량’ 후속… 이순신 역 박해일, 왜장 역 변요한 호연

한산도 앞바다서 200여척의 배가 51분간 펼치는 해상전투신 압권

이순신을 연기한 박해일.
이순신을 연기한 박해일.

[백세시대=배성호기자] 1592년 7월 8일(음력), 지금의 신거제대교가 위치한 한산도 앞바다에서는 해전이 일어난다. 12척의 배로 130척이 넘는 일본 배를 침몰시킨 명량해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이어진 7년간의 전쟁을 끝낸 노량해전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3대 해전으로 꼽히는 한산도대첩은 그 유명한 구선(龜船)과 학익진으로 전쟁의 전세를 바꾸며 조선의 운명을 바꿨다. 문서로만 전해지는 이 전쟁은 여러 다큐나 드라마에서 재현했지만 200척의 배가 충돌한 대전투를 묘사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7월 19일 시사회를 통해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의문을 가졌지만, 보기좋게 깨버렸다.

1761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에 이름을 올린 ‘명량’의 후속작 ‘한산: 용의 출현’이 7월 27일 개봉한다. 이번 작품은 명량해전이 일어나기 5년 전 왜군을 상대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맞서는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3차 출전을 담고 있다.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조선은 단 15일 만에 왜군에 한양을 빼앗기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파죽지세로 조선의 육지를 점령해 나가던 왜군은 드넓은 명나라를 침략하려는 야망을 이루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부산에 집결시키려 한다.

이때 일본의 진출을 막아선 것이 이순신 장군과 그의 판옥선들이다. 5월 7일, 8일 이틀간의 첫 출전에 나선 이순신 장군은 적선 26척을 격침시킨 옥포해전을 시작으로 합포해전과 적진포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5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진행된 2차 출전에서도 4차례 해전을 통해 일본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순신의 활약으로 해상에서 우위를 점해가고 있었지만 육지에서는 연이은 패배와 선조마저 의주로 파천하며 조선은 수세에 몰렸다.

이순신에게 발목을 잡힌 왜군은 2000명의 군사로 5만명의 조선군을 격퇴시킨 전과가 있는 와키자카를 앞세워 제해권(制海權) 완정 장악을 시도한다. 와키자카는 조선 수군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첩자를 파견해 학익진에 대한 정보와 거북선의 도면까지 탈취하는데 성공한다. 

앞선 전투에서 문제점이 발견된 데다가 도면마저 왜군에게 도난을 당하며 차기 전투에서 거북선은 사실상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이순신 장군은 과거 녹둔도 전투에 참여해 거대한 성벽에 가로막혔던 꿈을 꾼다. 이꿈을 통해 거북선 없이 학익진으로 바다 위에 성(城)을 만드는 전술을 세워 출격을 준비한다. 때마침 조선 수군의 동태를 파악한 와키자카 역시 육지군과 함께 합동 공격하는 전략을 세워 전장에 나섰고 결국 조선 수군 60여척, 왜군 140여척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양국의 운명을 건 대결투를 벌인다. 

이번 작품은 전반부의 전투 준비와 이순신의 고뇌를, 후반부에는 대규모 해상 전투신을 다룬 ‘명량’과 전개 과정이 비슷하다. 하지만 주‧조연배우를 대거 교체하고 해상전투신에 공을 더 들이면서 차별화에 성공한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대사가 전작의 주제를 관통하듯 이번 작품은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라는 대사에 영화 내용을 함축했다. 극적인 승리를 그린 전작과 달리 전쟁의 전세를 단번에 뒤집어 제해권을 되찾은 조선 수군의 대승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영화 속 해전은 러닝타임 129분 중 총 51분을 차지하지만 지루할 틈 없이 속도감과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두 나라의 목선이 충돌하는 장면은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용의 출현’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거북선은 영화 시작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왜군에게는 ‘전설 속의 해저 괴물’이란 의미의 ‘복카이센’으로 불렸던 거북선은 왜, 그들이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지를 스크린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鶴翼陣)도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형태의 진법 학익진은 반원 형태를 취해 적을 포위하면서 공격하는 전법이다. 특히 일본 함선 수십척을 한꺼번에 제압하는 장면은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호연도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몫한다. 젊은 시절의 이순신을 연기한 박해일은 전작의 최민식과 달리 과묵하면서도 침착하게 전세를 파악해 종국에는 적군을 공포로 몰아넣는 자신만의 이순신을 완성한다. 왜군 장수 와키자카를 연기한 변요한은 해상과 육지 전투에 모두 능한데다가 승리를 향한 집착과 대담함을 갖춘 캐릭터다. 자칫 결말이 알려져 떨어질 수 있는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게 한다. 이외에도 노장 어영담으로 분한 안성기, 원균을 연기한 손현주 등 조연들의 활약도 빛난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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