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14] 저(苴)는 검은색으로 쓰여… 포저(苞苴)는 뇌물 뜻해
[한국의전통色이야기 14] 저(苴)는 검은색으로 쓰여… 포저(苞苴)는 뇌물 뜻해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교수
  • 승인 2022.08.01 11:01
  • 호수 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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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저영문(苞苴盈門)

『자전(字典)』에 저(苴)는 마(麻: 삼)의 씨, 거적을 까는 것, 그리고 검은색 등 세 가지 뜻으로 씌어있다. 한국사에는 여러해살이 띠 풀(茅, 모)로 만든 자리를 깐다는 뜻으로 제후의 사직(社稷)을 모저(茅苴)라 말하고(이병도 역주 ‘삼국사기’), 굵고 거친 삼베로 만든 최복(衰服: 상복)을 저마(苴麻)라고 말한다. 

‘저장’, 장례 때 쓰는 검은 지팡이

그러나 색깔의 의미로 사용된 것은 장례 때 사용하는 검은 대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가리키는 저장(苴杖)이다. 이때의 검은 대나무는 오죽(烏竹)인데, 눈으로 살펴보면 붉은 색을 띤 검은 색도 있고, 회색을 띤 검은 색도 있으며, 검은 녹색으로 보이는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인식한다. 오죽(烏竹), 오석(烏石), 오사모(烏紗帽) 등은 모두 검은색이지만 오색(烏色)으로 기록된 사례도 없고 오(烏)색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저(苴)색이라고 말하지 않고 검은색으로 이해한다. 

장례에 최복(衰服), 소복(素服) 등은 물들이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는데, 오죽(烏竹)으로 만든 지팡이를 저장(苴杖)이라고 말한다. 색명으로서 저(苴)는 시각적으로 순흑색은 아니지만 개념적으로는 정흑(正黑)이다. 

◎예조에서 숙종 46년 국상 때, 백관의 복제(服制) 중에서 저장(苴杖)의 1절에 소홀히 하여 빠뜨린 단서가 없지 않아 다시 대신들과 의논하여, (......) 고쳐 마련하도록<경종 4년> 

◎예조에서 복제의 절목(節目)을 올리고 저장(苴杖), 등위(等位), 생원과 진사 이하의 의대(衣帶)가 소홀하고 생략된 점이 많아 절목을 고치고 수정하여 올리는 내용<영조 즉위년> 

‘포저영문’은 뇌물이 가득하단 뜻

검은색으로서 저(苴)는 상장(喪杖: 상례용 지팡이)과 전혀 다른 뜻으로도 사용된다. 포저(苞苴)의 포(苞)는 물건을 싼다는 뜻으로서 검은 것(苴)을 싼 것이니 비유해서 뇌물의 뜻으로 많이 기록되었다. 

◎임금이 기우제를 지내시며 자책하시기를, (......) 다섯째 포저행여(苞苴行歟: 뇌물이 유행)하였는가<고려사절요 선종 5년> 

▷포저영문(苞苴盈門: 뇌물이 집안에 가득), ▷포저분경지풍(苞苴奔競之風: 금품과 연줄 온갖 방법으로 벼슬을 구함), ▷포저공행(苞苴公行: 뇌물을 공공연히 행함), ▷포저성행어조(苞苴盛行於朝: 조정에 뇌물이 성행), ▷포저청탁(苞苴請托: 뇌물청탁), ▷포저낙역(苞苴絡繹: 뇌물로 사람과 수레의 왕래가 끊이지 않음), ▷포저지초(苞苴之誚: 뇌물을 꾸짖음), ▷포저연재(苞苴輦載: 뇌물을 수레에 실음), ▷포저조경(苞苴躁競: 뇌물로 권세를 다툼), ▷포저성풍(苞苴成風: 뇌물이 널리 행하여 풍속을 이룸), ▷포저성시(苞苴成市: 세도가 문 앞에 뇌물 갖고 오는 사람이 저자를 이루다) 등과 같은 용어가 고려사 10여회, 조선왕조실록 237여회, 승정원일기 180여회 기록되었는데 포저(苞苴: 뇌물)의 여러 가지 행태를 잘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포저성풍(苞苴成風: 뇌물풍조)은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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