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펠로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에 미‧중 갈등 고조… 실용외교 필요한 시점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펠로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에 미‧중 갈등 고조… 실용외교 필요한 시점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8.08 09:36
  • 호수 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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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아시아를 순방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한국행에 앞서 지난 8월 2일 밤 대만을 방문함에 따라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 권력 서열 3위 펠로시의 대만 방문 계획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긴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불장난’이라고 경고했다.

펠로시 의장은 2일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한 직후 낸 성명에서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다음날에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반중 인사를 잇따라 면담했으며, 대만의 대표적 기업 TSMC 회장을 만나서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증설 문제도 논의했다.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안보, 경제 측면에서 미국이 포기할 수 없는 나라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을 교두보이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국가인 것이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 역시 중국의 대만해협 무력 장악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은 이날 대만해협 중간선 부근에 군용기와 군함을 배치하고 인근 해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당초 펠로시를 만류했던 백악관은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고 엄호하며 항모 전단을 대만 부근에 배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대만도 중국의 도발에 대비해 군사 대비 태세를 격상했다.

우려했던 양측의 무력 충돌은 없었지만 중국은 대만 인근 해역을 포위한 구도에서 고강도 해군, 공군 훈련을 이어갔다. 미국을 향해서도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의 대치는 무역과 첨단기술을 넘어 전방위로 확장된 전략 경쟁이 어떻게 무력 충돌의 위기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은 100여 곳의 대만 식품업체 제품 수입을 잠정 중단하고 건축, 철강 제조에 쓰이는 천연 모래 수출을 중단하며 사실상의 경제 보복도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펠로시 의장은 8월 3일 대만에서 한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첫 여름휴가를 이유로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았다. 단, 펠로시 의장을 만나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별도의 만남 대신에 전화 통화를 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중국의 압박도 없었고, 미국 측에 ‘하계휴가’라는 점을 양해를 구했고, 미국도 충분히 이해했다”는 입장이다. 펠로시 의장 방한의 중요성과 의의는 인정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이 휴가까지 희생해가며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얘기라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4일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과 양자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 태평양 지역의 안보, 경제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한 뒤 오후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우리는 한미 동맹이 군사안보, 경제, 기술 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다는데 주목하면서 포괄적인 글로벌 동맹으로의 발전을 의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뒷받침하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진지한 협의를 가졌다”면서 “양측은 내년이 한미 동맹 70주년임을 상기하고 동맹 발전에 대하 양국 국민들의 기대를 담아 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 채택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악으로 치닫는 미중 갈등은 한국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만해협의 위기 앞에서 당장 북핵 해결은 뒷전으로 밀리고 미국으로부터 동맹의 책무를 요구받을 수 있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미국과의 협력을 차분하게 논의하되 대외 메시지 발신에는 한층 신중할 필요가 있다. 원치 않는 외교 분쟁이나 갈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진중하게 접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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