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내몸의 병을 알자 35] 콩팥병 환자에게는 독(毒)이 되는 것들
[백세시대 / 내몸의 병을 알자 35] 콩팥병 환자에게는 독(毒)이 되는 것들
  • 정경환 경희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 승인 2022.08.08 10:24
  • 호수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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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환 경희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정경환 경희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내리쬐는 햇볕에 줄줄 흐르는 땀. 이럴 때일수록 물을 충분히 마셔 수분을 보충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는 예외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 기능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환을 말한다. 소변 색이 검붉게 변하거나 소변에 거품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콩팥의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면 수분 배설 능력과 소변량이 줄어들어 노폐물이 혈액 속에 축적돼 각종 합병증을 일으킨다. 쉽게 피곤하거나 식욕이 감소하고, 몸이 가려운 등의 요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다 말기신부전 상태가 되면 호흡곤란, 구역 및 구토 등의 증상이 심해져 신장 투석 등 신대체요법을 받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적은 활동에도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여름에는 수분 손실이 많아져 탈수의 위험이 증가한다. 하지만 여름철 탈수는 물을 무조건 많이 마시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만성 콩팥병 환자들은 전해질 조절능력이 낮기 때문에 갑자기 물을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할 경우 의식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소변을 통한 수분의 배설이 거의 없으므로, 여름철 수분 섭취가 과도하게 되면 체중증가와 심한 경우 폐부종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수분 섭취가 부족해도 탈수에 빠지고 신기능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운동 전후에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나이가 드신 분들은 탈수를 느끼는 감각이 둔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1일 소변량이 1000cc 미만이거나 부종이 있다면 1일 수분 섭취량을 ‘전날 소변량+500~700cc(종이컵 2~3컵)’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일이나 채소 역시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여름 제철 과일에는 칼륨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칼륨 배설 능력이 떨어져 과도한 과일 섭취로 고칼륨혈증이 생기면 근육 마비, 부정맥은 물론 심장마비까지 초래할 수 있어서다.

바나나, 참외, 토마토, 키위보다는 포도, 오렌지, 사과에 칼륨이 적다. 채소도 버섯, 호박, 미역, 시금치, 쑥, 부추, 상추 등에는 칼륨이 많고, 가지, 당근, 배추, 콩나물, 오이, 깻잎에는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뿌리나 줄기보다는 잎에 칼륨이 적다.

또한 여름철 더위에 지친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섭취하는 여름철 대표 보양식 중 하나인 삼계탕 역시 무심코 먹었다간 오히려 콩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정상인은 단백질을 소화시킨 뒤 콩팥을 통해 잘 배설하는데, 만성 콩팥병 환자는 콩팥에 부담만 주기 때문이다. 3~4단계의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권장되는 단백질 양은 건강한 정상인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단백질은 적게 섭취하되, 열량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콩팥은 한 번 손상되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특히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면 평생 투석을 받거나 신장이식을 해야 한다. 하지만 평소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한 만큼 철저한 식단 조절과 함께 당뇨와 고혈압 같은 위험요인을 잘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는 만성 콩팥병을 초기에 치료하기 위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몸이 붓거나 거품뇨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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