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에 걸려보니…”
[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에 걸려보니…”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8.08 11:01
  • 호수 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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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기자와 가까운 주변 인물들이 거의 동시에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68세 남성, 56세 남성, 40세 남성이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코로나 확진이 됐다고 지역 보건소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이 됐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68세의 남성은 기자에게 코로나 극복 과정을 상세하게 밝혔다. 

그는 “타인에게서 전염이 된 것 같지는 않다”며 “확진 받던 날 사흘 전에 감기 징조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침대에 누워 있는데 어느 순간 선풍기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고, 다음날 점심을 먹은 식당의 에어컨 바람이 너무 차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날 저녁부터 감기 증상이 왔다”고 기억했다.

이 남성의 증상은 어지럼증과 미열, 간헐적 기침 등이었다. 남성은 자택 부근 내과를 방문해 “감기 기운이 있어서 왔다”고 간호사에게 말했다. 10여분 기다려 진찰실로 들어가 의사에게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 몇 분 후 검사기기에 빨간 색 두 줄이 그어지는 걸 의사와 함께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 남성은 먹는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떠올라 의사에게 “노인들 먹는 약을 처방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의사는 바로 “그건 부작용이 있다. 그 약을 처방하는 약국은 따로 있고 여기서 한참을 가야 한다. 굳이 그 약을 먹어야겠다면 처방해줄 수 있다. 어떻게 할 거냐”고 상대방을 구석으로 내몰 듯이 말했다. 

집에서 병원까지 오는 것도 힘이 들었던 남성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는 약국까지 찾아나서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 보다는 부작용이 있다는 말이 걸렸다. 잠시 망설이다가 팍스로비드 처방을 포기하고 남들 다 하는 쪽을 택했다. 

병원을 나와 같은 건물에 있는 약국을 찾아가 처방전을 내밀었다. 약 봉투 겉면에 레드로피정(진해거담제), 티로민정(진경제), 코대원포르세시럽(기침가래제), 스토제정(소염해소제), 셀벡스캡슐(위산과다증약) 등 5가지 종류의 약 이름이 적혀 있었다. 기침약과 위장보호약으로 타이레놀은 들어가지 않았다. 이 날 비용은 코로나 검사비, 약값 등 총 5000원이 넘지 않았다.

남성은 나중에 팍스로비드의 부작용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근육통, 미각 상실, 설사, 메스꺼움 등의 경미한 증상으로 감기약 수준의 부작용이었다. 미리 알았다면 팍스로비드를 처방 받았을 텐데, 라며 후회했다.

그런데 팍스로비드가 코로나를 치료하는 최고의 치료약만은 아닌 듯도 했다. 미국 클리블랜드대가 진행하는 연구에 따르면 지난 1~6월 팍스로비드 처방을 받은 1만1270명 중 5%가 한 달 내 재발을 겪었다. 

남성은 확진된 날 밤과 이튿날, 이틀을 호되게 앓았다. 특히 둘째 날은 기력이 소진돼 아무것도 못한 채 누워만 지냈다. 작년에 두 차례 백신을 맞았던 왼팔이 밤새도록 무거웠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기를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던 백신에 대해 앙갚음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했다.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는 “생전 첨보는 가래가 한가득 나왔다”고 했지만 가래는 한 번, 적은 양이 나왔을 뿐이다.

어지럼증은 일주일 내내 계속 됐다. 냄새를 못 맡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부러진 안경테를 접착제로 붙이면서도 강한 본드 냄새를 맡지 못했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도 아무런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남성은 아내에게 “냄새를 못 맡아도 불편하지 않아. 아래층서 올라오는 음식냄새도 못 맡으니까 오히려 좋네”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사흘째 되던 날부터 컨디션이 점차 회복되는 걸 느꼈다. 3일치 복용약 중 하루치는 먹지 않고 남겼다. 후유증도 느끼지 못했다. 

일주일의 격리기간에서 해방된 남성은 보건소에서 보내온 문자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았다. 생활지원금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주민센터에 전화해 수령 여부를 묻자, 담당공무원이 자격 여부를 확인해보곤 “가능하다”는 대답과 함께 두 가지 방법을 안내했다. 인터넷 ‘정부 24시’를 통하거나, 통장을 소지하고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하는 것이다. 당연히 후자를 택했다. 

기자가 코로나 완치 소감을 묻자 남성은 “지난 3년여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를 실제 앓고 나니 한편으론 후련함도 느낀다”며 “결국 면역력이 떨어지면 찾아오는 감기와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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