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성지된 탑골공원은 본래 원각사 있던 자리
어르신 성지된 탑골공원은 본래 원각사 있던 자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8.08 14:15
  • 호수 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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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도시유적전시관 ‘서울 최초의 도시공원, 탑골공원’ 전
이번 전시는 원각사에서 시작돼 어르신의 성지가 된 탑골공원의 역사를 조명한다. 사진은 원각사지10층석탑이 그려진 ‘탑동연첩’(1803).
이번 전시는 원각사에서 시작돼 어르신의 성지가 된 탑골공원의 역사를 조명한다. 사진은 원각사지10층석탑이 그려진 ‘탑동연첩’(1803).

10층석탑 때문에 탑골이라 불려… 구한말 민가 철거 도시공원 조성 

광복 이후 원각사지십층석탑 국보 지정, 3‧1독립선언기념탑 등 건립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불교를 숭상했던 조선의 7대 임금 세조는 현재의 서울 인사동과 낙원동 일대에 원각사를 짓고 ‘백탑’(白塔)이라고 불리는 10층 석탑을 건립했다. 

이후 원각사 주변은 탑이 있는 동네란 의미로 탑골 또는 탑동(搭洞)으로 불렀다. 원각사는 외국 사신도 즐겨 찾는 한양의 명소가 됐지만 세조가 물러난 후 위상을 점차 잃었고 연산군 시절 결국 폐사되고 말았다. 그리고 현재 그 자리에는 원각사 대신 탑골공원이 자리해 있고, 불교가 아닌 어르신의 성지가 됐다. 세조 이후 550여년간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서울을 대표하는 도시공원인 탑골공원의 변천사를 들여다보는 전시가 서울역사박물관 분관 공평도시유적전시관(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 지하1층)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3월 19일까지 진행되는 ‘서울 최초의 도시공원, 탑골공원’ 전에서는 지난해 11월 발견돼 최초로 공개되는 원각사 계문(契文)을 비롯한 그림‧사진‧문서 등 각종 유물 100여점을 통해 사찰에서 시작해 공원으로 변모한 과정을 살펴본다. 

먼저 ‘프롤로그’에서는 탑골공원 조성 전 원각사 시절을 되돌아 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원각사 계문’이다. 계문은 원각사 창건 당시 세조가 신하들에게 물과 육지를 헤매는 영혼을 달래려 음식을 베풀었던 의례인 ‘수륙재’에 참여를 권장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다. 가로 50.3㎝, 세로 63.5㎝ 크기로 당시 명필 강희안의 글씨와 안견의 필치로 그렸다고 추정되는 용 그림에 세조가 직접 서명하고 고승, 종친, 문신, 무신의 이름을 따로 한 명씩 올린 계문을 만든 뒤 판각해 찍어냈다. 이를 통해 원각사에 대한 세조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1부 ‘한양의 근대화와 탑골공원’에서는 탑골공원의 조성과정과 당시 새롭게 들어선 공원 시설에 대해 조명한다. 개항과 근대화의 영향으로 시작된 탑골공원 조성은1897년부터 논의가 시작돼 1899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조선 고종 때 총세무사(總稅務司)로 있던 아일랜드 출신 존 맥리비 브라운이 공원 조성에 깊이 관여했는데 그는 당시 탑골 일대 민가의 철거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거센 반발이 일기도 했지만 결국 1901년 공원 부지를 확보해 공사에 들어갔고 이듬해 정식 개원하기에 이른다. 

전시에서는 ‘제국신문’, 영국 출신 작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쓴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1898), 각종 기록사진 및 연표 등을 통해 조성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2부 ‘경성의 도시공원, 탑골공원’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접어들어 탑골공원이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살펴본다. 조선총독부는 탑골공원이 도시공원으로서 기능을 갖추도록 근대적 요소를 도입해 경성의 대표적인 도시공원으로 만들려 했다. 물론 이면에는 도시풍의 오락을 권장하면서 기존 조선의 전통 여가 문화를 말살하기 위한 의도도 숨겨져 있었다. 1913년부터 일반인에게 전면 개방했고 1916년 종로 야시장이 개장(開場)하면서 야시장 중간에 위치한 탑골공원에서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며 도심 속 야경을 즐기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1930년대에는 요리집을 철거한 후 그 자리에 어린이 놀이터를 조성하면서 아동공원으로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촬영된 탑골공원의 모습.
일제강점기 당시 촬영된 탑골공원의 모습.

마지막 3부 ‘해방된 서울과 탑골공원’에서는 일제강점기 동안 손상된 민족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최근까지의 노력을 소개한다. 광복 이후엔 원각사 설립 때부터 그 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서울원각사지십층석탑’(국보 제2호) 등 문화유산 정비에 노력하면서 동시에 3‧1운동 발상지로서 가치를 드높이고자 했다. 이에 따라 1960년대에는 3‧1독립선언기념탑, 손병희 선생 동상 등을 건립했다.  

또한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점을 활용해 각종 행사도 개최했다. 3‧1운동 기념식, 휴전 반대 궐기대회 등 정치, 문화, 종교와 관련한 다양한 기념행사 사진이 이 당시 탑골공원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1991년에는 탑골공원의 보전 가치를 인정해 사적 제354호로 지정했고, ‘파고다공원’, ‘탑동공원’ 등과 혼용했던 명칭을 ‘탑골공원’으로 확정했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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