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마트 저가 치킨’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까닭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마트 저가 치킨’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까닭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8.16 10:03
  • 호수 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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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8월 9일, 일주일 치 식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동네 L마트를 찾았다. 전날부터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로 인해 차가 침수될 뻔한 아찔한 경험을 하면서 도착한 마트는 한산했다. 한 달 전부터 매주 한 차례씩 찾고 있지만 단 한 번도 1층에 주차를 하지 못한 적이 없을 정도. 대형마트인데 너무 썰렁해 문을 닫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였다.

반면 인근 H마트의 분위기는 달랐다.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선 풍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H마트에서 출시한 ‘당당치킨’의 선풍적 인기 덕분에 고객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699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고물가 시대에 고통받은 서민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자 L마트도 11일부터 17일까지 ‘뉴 한통 가아아득 치킨’(한통치킨)을 기존 1만5800원에서 8800원으로 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이에 반감을 가지는 곳도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즉각 반발에 나선 것이다. 과거 ‘통큰치킨’의 사례를 들먹이며 ‘대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하고 있다. 통큰치킨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저가 치킨의 원조로 필자가 폐업을 걱정하는 L마트에서 2010년 판매한 제품이다. 당시에도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프랜차이즈의 반발과 이를 지지해준 대중의 거센 비판으로 일주일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그런데 12년이 지난 현재,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중들은 마치 정권을 교체하듯 마트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민심이 돌아선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안하무인격으로 대응한 치킨 프랜차이즈의 자충수가 가장 크다. 실제로 모 업체 대표는 “치킨 가격이 지금도 싸다. 3만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발언 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치킨 가격은 2만원을 넘어섰다. 인건비 및 배달료 상승 등 가격을 올릴 만한 요인이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고객에게 배달료 일부를 부담하게 하고 심지어 포장하는 고객에게 배달료를 빼주지 않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이를 지적하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뿐이다.

대형마트는 지난 10년 사이 온라인 시장에 밀리며 예전처럼 강자의 입장은 아니다. 실제로 상당수 점포들이 문을 닫고 있다. 2012년 3대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매출액은 34조원이었던 반면 2019년에는 32조원으로 줄어들었다. 의무 휴업도 폐지하라는 의견에 힘이 실릴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반면 치킨 프랜차이즈는 코로나 시대 배달업의 부흥으로 대호황을 맞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빅3’의 영업이익은 매년 상승할 정도로 고공비행 중이다. 과거엔 약자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살아남는 법은 단순하다. ‘당당’하게 경쟁해서 이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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