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정치인의 말 바꾸기”
[백세시대 / 세상읽기] “정치인의 말 바꾸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8.16 10:48
  • 호수 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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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세상에서 가장 못 믿을 사람은? 답은 “정치인”이다.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고 전 세계가 그렇다. 영국의 시장조사기업 입소스(Ipsos)가 세계 23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표시해 가장 믿을 수 없는 직업인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가장 믿을 수 있는 이는 과학자라고 한다.

요즘 정치인들 가운데 신뢰를 잃은 정치인이라면 미국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한국에는 이재명 민주당 의원(인천 계양을)일 것이다. 이 의원은 현재 대장동 개발·백현동 특혜, 성남FC 후원, 변호사비 대납,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등 5건의 의혹과 관련돼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다. 대부분 경기지사와 성남지사 시절 권력형 부정·비리 의혹이다. 

수사 결과가 늦어지고 있는 건 이 의원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잇따라 출마하면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이 모든 혐의에 대해  이 의원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새로운 의혹이 드러날 때마다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심지어 대선 기간 중엔 대장동 사건을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몸통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이라고 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이 의원은 최근 인륜마저 저버리는 발언으로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도 없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다 숨진 김씨에 대한 해명에서 처음엔 “나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 검찰, 경찰의 강압수사를 견디지 못해 돌아가셨는데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라며 반발했다.  

김씨가 대선 경선 당시 김혜경 씨의 수행기사였다는 증언이 보도되자 이 후보 쪽은 “김혜경 씨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 “없는 인물을 억지로 만들려는 음해와 왜곡”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선관위 제출 자료를 통해 김씨가 캠프에서 3개월간 운전기사로 있으며 1500여만원의 급여를 타간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이번에는 “배우자 선행차량을 운전했다”고 해명했다. 뒤늦게 김씨가 수행팀 일원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여기서 급여 액수도 문제지만 ‘선행차량’이란 단어도 낯설다. 선행차량이 있다면 후행차량도 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김혜경씨는 두 대의 차량을 번갈아 가며 타고 다녔다는 것인가. 

이재명은 6·1 지방선거 출마 때도 사실을 호도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도 나 몰라라 하고 오로지 감옥행을 면하기 위한 방탄용으로 국회의원 배지가 필요해 출마하려는 게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에 대해 이 의원 측은 “민주당 지도부가 출마를 요청해 나오게 됐다”고 했다.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의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본인을 인천 계양을에 공천하라고 압박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심지어 같은 당원들마저 이 의원이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며 투표 직전에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적도 있다. 더불어 민주당 경기도당 소속 당원들과 민주당 지지자 500여명은 지난 2월, “우리가 잠시 기대하고 유능하다고 생각했던 이재명 후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람임이 드러났다”며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개발한 대장동은 우리 도민이나 시민이 아니라 자신과 측근들을 위한 것임이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가까운 주변에서도 믿을 수 없는 정치인의 민낯을 본다. 단체의 수장으로 선출된 정치인 출신이 자기가 내세운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자 회원들의 불만과 원성이 가득하다. 이 단체의 회원들은 “아무리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임기의 반이 지나갈 때까지 핵심 공약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느냐”며 “못 지킬 걸 알면서도 ‘이번엔 된다’고 둘러대는 건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회원들을)농락하는 행위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정치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물론 없다.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개·돼지’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말 바꾸기를 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다시 표를 주는 우(愚)를 범하지는 않는다. 결국에 국민은 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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