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9개월만에 돌아온 광화문광장, 도로 없애고 분수‧숲 단장한 대한민국 ‘대표 광장’
1년 9개월만에 돌아온 광화문광장, 도로 없애고 분수‧숲 단장한 대한민국 ‘대표 광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8.16 13:55
  • 호수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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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장에 들어간 광화문광장이 1년 9개월 간의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했다. 사진은 세종대왕 동상 좌측 도로를 숲으로 채우는 등 새 단장을 마치고 시민 품으로 돌아온 광화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재단장에 들어간 광화문광장이 1년 9개월 간의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했다. 사진은 세종대왕 동상 좌측 도로를 숲으로 채우는 등 새 단장을 마치고 시민 품으로 돌아온 광화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쪽도로를 공원으로 바꾸는 등 면적 2배로… 수목 5000그루 식수

한글분수‧명량분수 등 조성… 아이들 뛰놀 수 있게 정수된 물 사용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8월 9일 서울 광화문역 9번 출구를 나오자 성군 ‘세종대왕 동상’이 환하게 맞아줬다. 전날 내린 기록적 폭우로 어수선했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동상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고 있었다. 원조 터줏대감인 이순신 장군 동상도 여전했다. 그런데 생소한 것들도 눈에 들어왔다. 우선 동상과 세종문화회관 사이에 차도(車道)가 사라지고 팽나무·느티나무 등이 즐비하게 선 숲으로 변신한 것이다. 2020년 11월 재구조화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9개월 만에 공개된 광화문광장은 보다 시민친화적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광화문광장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기존 광장의 서쪽도로(세종문화회관 쪽)가 공원으로 바뀌는 등 총 면적이 2배 이상 커지고 녹지도 3배 이상 늘어났다. 광장에 새롭게 심은 수목만 총 5000여그루에 달한다. 또한 한글분수·역사물길 등 여러 시설을 추가해 광화문광장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먼저 광화문 앞에 펼쳐진 ‘육조마당’에는 조선시대 육조거리 모습과 현재 광화문의 아름다운 경관을 살리기 위해 넓은 잔디광장을 조성했다. 1392년 조선 건국 때부터 현재까지 매년 역사적 사건을 돌판에 기록한 ‘역사물길’이 이곳 육조마당에서 시작된다. 역사물길 옆에 설치된 ‘앉음 벽’에 앉으면 이러한 소나무 숲 향기를 맡으며 역사의 흐름을 되돌아볼 수 있다.

세종대왕 동상과 광화문 사이에 조성된 ‘시간의 정원’도 이번 공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난 곳이다. 광화문 앞길이 조선시대에 주요 관청과 민가가 있었던 만큼 이번 공사 중 유적이 많이 발견됐다. 대부분은 다시 흙으로 덮었지만 그중 관리들을 감찰하는 관청이었던 사헌부 문 터는 그대로 볼 수 있게 해뒀다. 당시 사용했던 배수로와 우물, 출입문 등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비바람을 막기 위해 유리 바닥 대신 지붕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유구(遺構)를 개방했다. 시민들의 권력 견제 역할을 광장이 보여주는 것 같다. 또 주변에는 역사적 경관과 어울리도록 장대석으로 한국 전통 정원인 화계(花階)를 만들고 매화나무, 배롱나무, 모란, 분꽃나무 등도 심었다.

터널분수는 광복 77주년 기념

다양한 분수도 눈길을 끈다. 터널분수는 광복 77주년을 기념해 조성했다. 이를 상징하는 77개의 물줄기가 길다란 터널을 만들어낸다. 터널 사이로 보이는 광화문은 맑은 하늘과 어우러져 청명하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이순신 동상 앞에는 명량분수와 한글분수를 새로 조성했다. 133개의 물줄기로 이뤄졌는데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격파한 133척의 왜선 숫자를 의미한다. 한글분수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 28개를 분수 물줄기로 연출해 세종대왕의 애민사상을 담았다. 

이외에도 사헌부 문터 입구에서 발견된 우물을 본뜬 바닥우물, 역사의 물길 등도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모든 분수는 정수를 마친 물을 사용해 무더운 여름 아이들의 놀이터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은 다양한 행사를 위한 놀이마당으로 꾸며졌다. 그 옆으로는 그늘에 앉아 행사를 즐길 수 있는 열린마당이 있다. 바닥에는 전국 각지에서 가져온 8종의 돌로 팔도석 포장 구간을 조성했다. 이곳에는 아직 덜 자란 팽나무, 느릅나무, 칠엽수 등을 식수해 풍성해질 미래를 기대하게했다. 

세종문화회관 앞쪽 ‘해치마당’의 한쪽 벽면에는 대형 영상창을 설치하고, 광화문 교보빌딩 벽면을 대형스크린으로 사용한 영상 컨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세종대왕상 뒤편 지하로 이어지는 세종이야기 출입구에도 ‘미디어 글라스’를 설치해 밤마다 다양한 미디어아트 공연이 열린다. 

한글 자음‧모음 숨겨 상상 자극

이밖에도 광장에는 알고 보면 재미있는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 한글 창제 당시의 28개 모음과 자음을 광화문 광장 곳곳에 숨겨뒀다. 예를 들어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자음 ‘ㅈ, ㅇ, ㅅ’이 숨겨져 있는데 세종대왕과 떼놓을 수 없는 장영실을 의미한다.

광장의 역사를 소개하는 오디오가이드도 제공한다. 개인 휴대폰으로 광장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에 새겨진 QR코드를 스캔하면 육조거리부터 광화문 광장에 관한 다양한 역사를 들을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는 최근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배우 박해일이 재능기부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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