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역사의 대한노인회 경기 용인시처인구 중앙동분회, 행정기관 착오로 노인회관 빼앗길 위기
50여년 역사의 대한노인회 경기 용인시처인구 중앙동분회, 행정기관 착오로 노인회관 빼앗길 위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8.22 09:05
  • 호수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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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처인구지회 중앙동분회 회관은 행정기관의 실수로 인해 일부 지분을 친목단체에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은 친목단체가 지분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노후화된 중앙동분회 사무실의 모습.
경기 용인시처인구지회 중앙동분회 회관은 행정기관의 실수로 인해 일부 지분을 친목단체에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은 친목단체가 지분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노후화된 중앙동분회 사무실의 모습.

모 단체 2008년부터 무단 점거… 대한노인회 사칭 건축물대장 등재

중앙동분회 “소유자에 확인도 않고 공동소유자 등재는 명백한 잘못”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1958년 경기 용인군 김량장리(현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의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김량경로회가 발족한다. 김량경로회는 1965년 김량장리 131-20번지 대지 35평을 매입해 사무실로 사용했다. 이후 용인군 인구가 늘면서 용인읍분회(현 중앙동분회)로 커졌고 1981년부터는 용인군지부(현 용인시 처인구지회) 사무실까지 겸했다. 1985년에는 당시 나복용 용인군지부장 겸 용인읍분회장이 낡은 건물을 허물고 3층 규모의 회관 신축을 추진한다. 공사 직전 찍은 사진에는 용인군지부와 분회 현판이 나란히 걸려 당시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8월 16일 기자가 방문한 중앙동분회에는 낡은 중앙동분회 현판과 대한노인회와 무관한 친목단체의 새 현판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이곳에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경기 용인 최초의 지회 회관을 겸했던  용인시 처인구지회 중앙동분회 회관이 대한노인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노인회를 사칭해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은 지역 노인 친목단체에게 건물의 일부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특히 지역 세무서와 구청이 건물 소유자인 중앙동분회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한노인회와 무관한 단체에 고유번호증을 발급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일반건축물대장까지 등재해줘 더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중앙동분회 회관 분쟁의 전말

중앙동분회 회관은 용인읍분회와 용인군지부를 건축주로 1985년 7월 10일 준공됐다. 그해 7월 18일에는 일반건축물대장에 용인읍분회와 용인군지부를 공동 소유자로 등재했다. 이후 1996년 용인군이 용인시로 승격하고 처인구, 기흥구, 수지구가 생기면서 용인군지부는 용인시처인구지회로 독립해 나간다. 그러면서 중앙동분회 단독 건물이 됐지만 건축물대장 소유자는 한동안 변경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한 건 2007년경부터다. 시장 한복판에 위치한 분회 회관은 초기부터 주변 노인들이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 그러다 대한노인회 정관 등이 정비되고 중앙동 주민등록 등재자만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동네 노인들의 이용을 제한하려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출입해온 온 타 지역 노인들을 정리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다 2006년 취임한 박 모 분회장이 이들과 갈등을 빚고 분회 사무실을 나와 자신이 회장을 겸직하는 경로당에서 분회업무를 보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박 분회장은 1년만에 사임한데다가 이후 취임한 김 모 분회장도 급작스런 지병으로 임기를 한 해도 채우지 못했다. 2008년 중책을 떠안고 당선된 유 모 분회장 역시 지역 유지(有志) 다수가 포함된 친목단체를 꺾기 힘들었다. 이에 유 분회장은 공공재산이라도 공고히 지키기 위해 ‘2010년 8월 2일’ 건축물대장 소유자를 ‘용인읍분회‧용인군지부 공동소유’에서 ‘대한노인회 용인시처인구지회 중앙동분회’ 단독소유로 변경한다. 

경로당 신고필증도 못받은 단체

황당한 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회관을 무단 점거한 친목단체는 자체적으로 2010년경 ‘대한노인회 용인시 처인구지회 중앙동분회 분회경로당’을 만들어 지회와 동사무소에 등록을 신청한 것. 하지만 회원 대다수가 김량장동에 등록하지 않는 등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경로당으로 당연히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 단체는 세무서에 ‘본 회의 명칭은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분회(또는 김량장동) 경로당이라 칭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정관 등을 첨부해 ‘경로당 고유번호증’이 아닌 일반 단체 명목으로 ‘고유번호증’을 발급받는다. 

경로당 고유번호증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경로당 신고필증이 필요하다. 노인여가복지시설인 경로당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노인복지법에서 규정한 설치기준을 갖춰야 하는데 당시 친목단체는 이 기준에 모자라 신고필증을 받지 못한다. 다만 고유번호증은 일반 단체라 하더라도 ‘정관 또는 회칙’ 등 자료를 첨부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 이 친목단체는 이를 활용해 앞서 밝힌 정관 등을 제출해 ‘대한노인회 경기도 용인시처인구 중앙동분회 분회경로당’으로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았다. 즉, 신고필증이 반드시 필요한 ‘경로당 고유번호증’이 아닌 일반 단체로서 고유번호증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용인세무서 관계자는 “널리 알려진 단체나 기관명을 넣으면 반려되는데 ‘경로당’의 경우 담당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 발급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 “당시 담당자는 이를 승인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고유번호증은 친목단체가 일반건축물대장에 후순위 소유자로 등재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친목단체는 중앙동분회가 소유자를 변경한 지 보름이 지난 2010년 8월 18일 건축물표시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고 8월 31일 공동소유자로 등재됐다. 소유자인 중앙동분회는 어떠한 동의를 해주지 않았지만 당시 일을 처리한 처인구청 담당자가 일반건축물대장에 등재된 소유자명(‘대한노인회 용인시처인구지회 중앙동분회’)과 친목단체가 근거로 제시한 고유번호증 속 ‘대한노인회 경기도 용인시처인구 중앙동분회 분회경로당’의 명칭이 흡사해 동일 단체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중앙동분회에 전화로 확인만 했어도 될 일을 하지 않아 수십년간 지켜온 회관 지분 일부를 빼앗길 상황에 처했다.

처인구청 관계자는 “일반건축물대장에 공동소유자로 등재하기 위해선 이를 입증할 서류가 필요한데 당시 담당자가 고유번호증에 적힌 단체명만 보고 공동소유(후순위)로 정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서‧구청의 어이없는 실수

중앙동분회는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2018년부터 3년간 명도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했다. 이후 올해 5월 유사명칭 사용 금지 소송에서는 승소해 고유번호증을 바꾸게 하는 것으로 반전을 꾀했지만 고유번호가 그대로 승계되면서 지분을 되찾는데 실패했다. 

조선희 중앙동분회 사무장은 “기존에 대한노인회를 사칭해 발급받은 고유번호증이 문제를 일으켰고 법원에서도 명칭 사용을 금지했으면 이를 폐기하고 새로 번호를 발급해줘야 하는데 단체명만 바뀌어 회관 지분에 대한 권리도 그대로 유지됐다”고 토로했다.

현재 중앙동분회 회관은 준공한지 37년이 넘으면서 곳곳이 심각하게 노후화됐다. 최근 내린 폭우에 누전까지 되면서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회관 신축 및 리모델링에 대한 지원 약속을 받았지만 지분 일부를 대한노인회가 아닌 단체가 점유하면서 이마저도 막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재룡 중앙동분회장은 “공공기관이 원칙과 상식을 무시하고 일을 진행해 수십년간 지켜온 대한노인회의 공공재산 일부를 친목단체에 빼앗길 상황에 처했다”라면서 “장기간 소송으로 지쳐있지만 중앙동분회, 더 나아가 용인시노인회와 대한노인회의 역사가 담긴 회관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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