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민노총·전교조 때문에…”
[백세시대 / 세상읽기] “민노총·전교조 때문에…”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8.22 11:24
  • 호수 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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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대한민국은 민노총과 전교조 때문에 망한다”는 말을 하는 어르신들이 종종 있다. 그때마다 “설마” 했다. 그런데 사실인 것 같다. 지난 8월 13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김정은의 메시지와 다름없는 북의 선동 문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민노총이 시민들이 오가는 가운데 북한의 노동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의 연대사를 읽은 것이다. 민노총 소속의 전교조 통일위원장이라는 사람은 “미국과 남조선의 윤석열 보수 정권세력은 이 시각에도 하늘과 땅, 바다에서 각종 명목의 침략 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여놓고 있으며, 얼마 후에는 북침을 겨냥한 대규모 합동군사 연습을 강행하려 한다”며 “온 겨레의 치솟는 분노를 자아내는 내외 반통일 세력의 대결망동을 단호히 짓뭉개버려야 한다”고 목청을 돋웠다.

‘광란적’, ‘짓뭉개버려야 한다’, ‘대결망동’ 같은 거친 말은 대한민국 국민은 여간해선 쓰지 않는 표현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섬뜩함과 함께 불쾌감을 느낀다. 

이날 시위는 민노총과 한국노총,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등 노동, 시민단체 91곳이 주최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용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무소속)이 이사장으로 몸 담았던 단체이다.

이날 시위대의 행동은 비정하고 참혹하기까지 한 국제정세의 흐름을 전혀 모르는 채 북의 장난에 놀아나는 철부지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남의 집 안방 문을 부수고 들어가듯 쳐들어가 그 나라 국민을 살해하고 국토를 초토화시키고, 중국의 시진핑이 대만에 대한 군사위협을 늦추지 않고, 김정은이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는 등 글로벌 위기가 그들의 눈엔 우주 밖의 일로만 비쳐지는가 보다.

민노총 시위대와 북한이 하나가 돼 중단을 요구하는 건 다음 주 예정인 한미 연합 실기동 합동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이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우리 안보의 근간이고 자산이다. 소련제 T34 탱크 250여대를 몰고 남으로 밀고 내려오는 북한군을 맨몸으로 막아내며 나라를 지킨 선배 어르신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는 김정은의 발밑에서 돈과 몸을 바치며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했을 판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도 한미동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미 연합훈련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는 핵미사일 고도화를 완성한 북한의 노골적 핵 위협에 맞서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자 무기체계다. 이런 훈련을 하지 않고, 이런 방어무기를 치워버리는 것은 국민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북은 지난 물난리 때도 본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국에 장대비가 쏟아져 강물이 불어났을 때 북은 아무런 통고도 없이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 수문을 활짝 열어 제쳤다. 이를 뒤늦게 안 남한은 서둘러 군남대 문을 열어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전쟁에서 강은 종종 승패를 가르는 ‘군사무기’로 쓰인다. 고구려의 을지문덕이 중국 수나라 30만 대군을 ‘살수 강물’로 물리친 게 대표적인 예이다. 북은 수많은 인명을 한 순간에 수장시키는 댐의 물을 사전예고도 없이 흘려버리는 잔혹한 사람들이다. 

북한은 자기들의 코로나 방역 실패의 원인도 남한 탓으로 돌렸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8월 11일, “전선 가까운 지역이 초기 발생지라는 사실은 남조선 것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며 “아주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노총과 정의기억연대 등 시위대는 제발 북의 의도·정체를 깨닫고 그들의 허수아비 노릇을 멈추기를 충고한다. 한 가지 더, 노동자 권리를 관철하겠다는 사람들과 정신대 할머니를 위해 뭉쳤다는 사람들이 왜 외교안보국방의 문제까지 거들고 나오는 지 그 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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