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무이네 사막
[디카시 산책] 무이네 사막
  •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 승인 2022.08.22 11:31
  • 호수 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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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네 사막

풀 한포기 허락하지 않는 봉우리가

힘겹게 숨결을 고른다

 

서로가 서로를 짓밟고 올라야 하므로

 

혼잣말을 수도 없이 삼켜야 하므로

무심한 저 들숨과 날숨들의 역할이 비장하다


사막의 모래언덕은 웬만해선 오를 수 없다. 발이 푹푹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계속해서 미끄러지기 때문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 작은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가 저 커다란 언덕을 쌓고 산을 이룬 걸 보면 경외감마저 들지만 황량하고 메마르고 생명을 느낄 수가 없어서 허무해진다. 모래언덕 너머로 태양이 지고 노을이 하늘 가득 붉게 퍼지면 비로소 적막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모래 알 하나가 꼭 나 같아서, 아등바등 사람들 틈에 끼여 기를 쓰는 모습 같아서, 사막을 빠져 나오면서 모래를 한 줌 집어 바람에 날려 보냈다. 모래 한 알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무이네 사막:베트남 판티엣에 있는 사막 이름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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