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 포스터로 세상 변화시키는 길거리 예술가의 세계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 포스터로 세상 변화시키는 길거리 예술가의 세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8.22 13:39
  • 호수 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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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사진은 셰퍼드 페어리가 이번 전시를 위해 석촌호수 갤러리 호수 외벽에 그린 그래피티 작품.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사진은 셰퍼드 페어리가 이번 전시를 위해 석촌호수 갤러리 호수 외벽에 그린 그래피티 작품.

오바마 ‘희망 포스터’로 세계적 명성… 의류 브랜드인 ‘오베이’ 창립자

반전 주제 ‘메이크 아트 낫 워’ 눈길… ‘환경’ 시리즈 등 470점 선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2006년 AP통신 소속의 사진기자 매니 가르시아는 당시 연방 상원의원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찍었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 모습을 포착한 이 사진은 오바마의 강인한 인상을 잘 담아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44대 미국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분위기가 무르익던 2008년 1월, 미국의 한 예술가가 이 사진을 인용해 ‘희망’(Hope)이라는 문구를 적은 포스터를 제작했다. 이 포스터는 오바마의 승리에 큰 역할을 했고, 이를 제작한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셰퍼드 페어리’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희망 포스터’로 유명한 셰퍼드 페어리의 미술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1월 6일까지 진행되는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시각화한 포스터를 비롯 영상‧사진 등 470여점을 선보인다. 

페어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래피티(길거리 벽화) 아티스트이자 유명 의류 브랜드인 ‘오베이’(OBEY)의 창립자이다. 그래피티와 함께 전쟁‧평화‧환경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실크스크린 기법의 포스터 작업, 그리고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도시에서 대규모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명성을 쌓고 있다.

이번 전시는 8가지 공간으로 구성된다. 먼저 ‘당신이 마주한 모든 이미지에 의문을 가져라’에서는 페어리가 바라보는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시각화한 포스터 140여점을 소개한다. 그는 1997년부터 2017년까지 유명인들의 초상화를 비롯해서 평등, 반전, 인권, 환경, 반자본주의를 주제로 한 포스터를 제작했다. 

‘메이크 아트 낫 워’ 포스터

대중을 움직이는 프로파간다(선전) 포스터의 형식에서 착안, 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동시에 과거 프로파간다 작품의 원색적이고 강압적인 이미지를 차용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부각했다. 여기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행동 개시를 촉구하는 명령어 ‘오베이’를 반복적으로 배치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2006년 제작한 ‘메이크 아트 낫 워(Make Art Not War)’이다. 중앙에는 머리에 꽃을 꽂고 목에 ‘오베이’라는 글자를 새긴 여자를 배치하고 위와 아래에는 붉은색으로 ‘예술을 만들자’(Make Art), ‘전쟁이 아닌’(Not War)를 새긴 작품으로 반전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로 인해 이 작품은 반전시위에도 자주 등장한다.

‘힘과 평등’에서는 다양한 인종의 여성을 주제로 그들이 사회적 제도 안에서 받고 있는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기 위해 쓰는 스카프)을 두르거나, 장미와 총, 화환에 둘러싸인 여성 또는 인권운동가의 초상에 평등‧평화‧정의와 같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등장시킨다. 이를 통해 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일깨우며 민족과 문화, 종교의 다양성을 포용해야 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대표작으로 2019년 작 ‘안젤라 누비안’이 있다. 폭탄머리로도 불리는 아프로 헤어스타일로 유명한 인권운동가인 안젤라 데이비스의 초상에 ‘힘과 평등’이라는 단어를 조합한 작품이다. 여기서 그는 안젤라를 높은 곳을 바라보는 위엄 있는 모습으로 표현해, 차별받는 아프리카계 여성을 지지했다.

‘눈을 떠라, 마음을 열어’에서는 예술가로서 철학과 신념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페어리의 신작들을 소개한다. 30년간의 작품생활을 이어오며 자신의 신념을 내포하는 작품들을 새롭게 재구성해 작업을 발전시켜온 그의 신작들은 문화, 정치, 환경에 관련된 주제와 인물들을 소재로 한다. 이중 ‘아이즈 오픈’(Eyes Open)은 그의 신념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지구에서부터 싹이 터 피어오르는 붉은색 꽃이 등장하는데 이 꽃은 페어리가 창조한 것으로 장미와 카네이션을 결합한 가상의 꽃이다. 지구 안에는 ‘눈을 떠라’라는 간결한 메시지와 함께 중앙에는 크게 뜬 눈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를 통해 세상을 주의 깊게 살피기를 강조했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의 작품은 ‘생각을 시작하라’에서 절정에 달한다.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를 이미지로 표현한 ‘위기’ 시리즈와 ‘지구 보존’, ‘지구위기’ 등의 경고 문구가 삽입된 ‘환경’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묻는다. 

또한 이번 전시를 위해 페어리는 한국을 직접 방문 석촌호수,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몰, 성동구, 강남구 도산대로 등 서울 시내 건물 5곳에 직접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예술을 만들자(MAKE ART FOR A BETTER WORLD)’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환경 보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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