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복지 사각지대 또 드러난 ‘수원 세 모녀’ 사건… ‘찾아가는 복지’ 더 발전시켜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복지 사각지대 또 드러난 ‘수원 세 모녀’ 사건… ‘찾아가는 복지’ 더 발전시켜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8.29 10:20
  • 호수 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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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지난 2014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시스템의 허점 사이로 또다시 한 가족이 추락해 우리 사회의 안전망에 대한 재점검과 촘촘한 복지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수원 다세대 주택에서 지난 8월 21일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 등 세 모녀가 난치병 등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인이 남긴 유서에는 ‘평소 지병으로 힘들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세 모녀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고, 관할 지자체에서도 이들의 어려움을 몰랐다. 이는 지난 2014년 세 모녀가 복지 사각지대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닮았다.

경찰에 따르면,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은 각각 난소암과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 이들은 20년 전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살았다. 택배 등으로 생계를 꾸리던 오빠가 2019년 숨지고 아버지까지 사망하면서 더 어려운 처지가 됐다. 도움을 줄 친척도 없었다. 

경기 화성시에 살다 수원으로 이사했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빚 독촉을 피해 다니느라 그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 주민들조차 이들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하니 고립된 채 생활해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서비스 등은 전혀 받지 못했다. 수원과 화성에서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상담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이들이 만약 자신들의 어려움을 해당 관청에 알렸다면 긴급생계비 지원이나 긴급 의료비 지원, 주거 지원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화성시가 건강보험료 체납을 확인한 뒤 서비스 안내문을 보내고 찾아가기도 했지만 집을 옮겨 만나지 못했다. 거주지인 수원시에선 행정기록이 없어 이들의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위기징후는 분명했는데 어디에서도 포착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8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하자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복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과금 3개월 이상 체납 시 관할 구청에 연체 사실이 통보되도록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았다. 사회보장시스템이 개선됐다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세 모녀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현행 복지제도의 한계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중앙정부에서는 자신의 어려움을 말할 수 없는 약자들을 잘 찾아서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자치단체와 협력해 이런 일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통령으로서 어려운 국민들을 각별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또한 “벼랑 끝에 선 도민들이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소외계층을 발굴하기 위해 단전·단수·건강보험료 체납 등 34가지 위기정보를 지자체에 제공하는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주소지가 어긋나면 제 기능을 못한다. 게다가 현장에서 위기 가구를 찾아나설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으려면 복지 전달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 거주 불명이거나 주민등록이 말소된 위기 가구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찾아내도록 사회복지 인력을 충원하고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 지원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 정부가 발굴한 취약계층 가운데 공공부조 안에 포함되는 비율이 20% 이하여서 신청조차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마지막 구호 요청을 보낼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해 위기에 처한 가구를 하루빨리 발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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