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42] 사교보다 곤궁한 이웃을 돌보는데 힘써야
[채근담 다시 읽기 42] 사교보다 곤궁한 이웃을 돌보는데 힘써야
  • 백세시대
  • 승인 2022.08.29 10:23
  • 호수 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교보다 곤궁한 이웃을 돌보는데 힘써야

큰돈을 써서 어질고 뛰어난 사람들을 접촉하는 일이 어찌 반 바가지의 좁쌀로 굶주린 사람을 구하는 일과 같을 것이며, 호화로운 저택을 지어 손님을 초대하는 일이 어찌 조촐한 초가집에 가난하고 외로운 선비가 들어가 살게 하는 일과 같을 것인가?

費千金, 而結納賢豪, 孰若傾半瓢之粟, 以濟飢餓之人,  

비천금  이결납현호  숙약경반표지속  이제기아지인

構千楹, 而招來賓客, 孰若葺數椽之茅, 以庇孤寒之士.

구천영  이초래빈객  숙약즙수연지모  이비고한지사

◆만해 강의

많은 돈을 들여 호화로운 연회를 열거나, 귀중한 예물을 선사해서 사방의 어진 선비와 당대의 호걸을 사귀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거기에는 약간의 사치심과 호기를 부리는 마음이 따르게 마련이니, 그것은 순전한 미덕이 아니다. 오히려 겨우 반 바가지의 좁쌀이라도 나누어 굶주린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 진실한 자비(慈悲)다. 

그러므로 많은 재물을 써서 선비와 호걸을 사귀는 것은 반 바가지의 좁쌀을 기울여 굶주린 사람을 구제하는 자비의 덕보다는 못하다. 

또한 천 칸의 큰 집을 지어 수많은 손님을 초대해서 융숭하게 대접하는 것이 훌륭한 일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대부분 위세와 명망이 따르고 이익을 도모하는 일이니, 이것은 진정한 자선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겨우 두어 개 서까래에 풀을 덮은 집을 지어 의지할 데 없이 곤궁한 선비를 보호하여 측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자비다. 그러므로 큰 집을 지어 많은 손님을 초대해서 위세와 명망과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초라한 초가집이라도 외롭고 곤궁한 선비를 불러 보호하는 자비보다는 못하다. 

하루에 천금을 낭비하여 호탕한 놀이를 하면서도 굶주림에 떠는 친척은 구제하지 않거나, 호화롭게 꾸민 집에서 살면서도 외롭고 추위에 떠는 이웃을 돌아보지 않는 부자나 귀인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한줄 생각

서양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지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것을 큰 덕목으로 보는데, 이는 이번 채근담 주제와 상통한다. 자신이 누리는 부와 사회적 지위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가난한 이웃과 약자들을 위한 배려를 잊지 않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