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도 아름다워질 권리가 있다”
“노인도 아름다워질 권리가 있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5.07 13:44
  • 호수 1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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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노인전용 화장품·뷰티샵 등 붐
▲ 최근 외모를 가꾸는 노인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어르신이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최근 외모를 가꾸는 어르신들이 부쩍 늘고 있다.

어버이날을 맞아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성형수술’이 어르신들의 인기 선물 중 하나로 꼽혔을 정도. 과거 건강식품, 용돈 등의 진부한 선물 대신 ‘효도성형’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미용에 대한 어르신들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화장품 업계도 노인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또 노화로 인해 약해진 피부와 두피를 관리해주는 중장년층 전문 뷰티샵까지 등장하고 있다.

▲ 성형으로 외모 콤플렉스 극복

외모에 관심이 많은 20~30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성형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성형외과를 찾는 고객의 연령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BK동양성형외과가 2001년 수술 환자 200명과 2006년 수술환자 200명을 무작위로 추출, ‘성형수술 연령대’를 비교 조사한 결과 30대는 2001년 35.2%에서 2006년 20.9%로 15% 가량 감소한 반면 60대 이상 노년층은 같은 기간 0.5%에서 3배 가량 늘어난 1.6%로 집계됐다.

이런 현상은 다른 성형외과도 마찬가지다. 서울 청담동 김형준 성형외과는 최근 전체 성형 환자 중 60대 이상의 노인 성형이 2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60대 이상 노년층의 성형이 늘고 있는 것은 자녀 출가 후 안정된 경제력과 일상의 여유, 외모 콤플렉스 극복, 자녀 상견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나이가 들어도 곱고 아름답게 늙고 싶다는 바람이 반영된 셈이다.

BK동양성형외과 김병건 원장은 “효도성형으로 부모님께 젊음을 되찾아 드리려는 자녀들이 늘면서 중장년층 고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세월이 그대로 묻어나는 손등이나 목, 이마, 눈가, 입가 주름을 없애는 시술과 피부 탄력을 되찾아주는 리프팅, 기미와 검버섯을 완화시켜주는 피부 미백 프로그램도 인기”라고 말했다.

▲ 피부관리로 주름 잡티 잡아

주름개선 또는 기미, 잡티에 효과가 있는 화장품 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탄력 있는 피부 만들기에 노력하는 어르신들도 점점 늘고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피부과를 찾은 50대 이상 노년세대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버세대들의 피부미용 이용실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피부미용을 위해 피부과를 찾은 어르신들이 조사 초기인 2002년에 비해 최근에는 무려 74%나 급증했다.

이처럼 어르신들이 아름다운 피부를 만들기 위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화장품 업계에도 노년층 공략에 나섰다.

'설화수'는 노화방지 한방화장품 '진설라인' 5종 제품(진설수, 진설유액, 진설에센스, 진설아이크림, 진설크림)을 선보였다(10만~40만원대). '헤라'는 주름과 탄력저하 등 피부 개선에 효과적인 '헤라 더마 링클 클리어 키트'((40만원대)와 '헤라 토탈 에이징 케어 라인'(헤라 카타노 세럼, 카타노 크림‧20만원대)을 출시했다.

설화수는 잦은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으로 거칠어진 남성 노인을 위한 화장품으로 '설화수 정양라인'(정양수, 정양유액, 정양크림)도 출시했다(5만~10만원대).

또 노화로 인해 약해진 피부와 두피를 관리해주는 중장년층 전문 뷰티샵까지 등장하고 있다. ‘멋진인생 에스테틱’은 자체 연구개발한 전문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해 피부 관리는 물론 두피관리도 한다.

▲ 노인 외모 가꾸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드려야

그러나 노인성형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성형수술이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거나 안정성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김형준 원장은 “수술 전 상담과정에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 뇌질환 등의 병력 여부를 알려 수술 중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특히 무리한 마취와 수술은 노년성형에 무리가 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상담을 거쳐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어르신들이 외모를 가꾸는 현상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노인생활과학연구소 한동희 소장은 “젊은이들이 아름다움을 통해 당당해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노인들도 마찬가지다”며 “외모를 가꾸는 노인들이 증가하는 현상은 노년기가 점차 길어짐에 따라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면서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소장은 “외모를 가꾸는 어르신들에 대해 ‘망측하다’ ‘주책이다’ 등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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