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17] 주자(朱紫)는 ‘고위관리’나 ‘선악’의 뜻으로도 사용
[한국의전통色이야기 17] 주자(朱紫)는 ‘고위관리’나 ‘선악’의 뜻으로도 사용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교수
  • 승인 2022.09.02 14:26
  • 호수 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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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朱紫)①

주(朱)색은 오행(五行)의 적색(赤色)과 함께 남방의 색이다. 그래서 오행 정색(正色)인 적색 대신 주색으로 기록된 사례도 있다.<靑-朱-黃-白-黑/순조 10년> 

적색의 어원은 불빛을 받는 사람 모양, 또는 붉은 빛이지만, 주색은 암석에서 채취한 주사(朱砂) 결정체를 가루로 만들어 용제를 섞어 만든 붉은 물감이다. 그래서 주색은 적색보다 진하다(朱深於赤)고 했다.<설문해자주> 

주색과 자색은 다른 색

자(紫)색은 북방 흑색과 남방 적색을 배합한 간색(間色)이다. 물감으로 청색과 적색을 배합한 색(purple)은 흑색과 적색을 배합한 자색과 비슷해 보인다. 

◎여름철 뜨거운 날 한번 제사를 지내면 물처럼 땀에 젖어 흑(黑)색이 변해 자(紫)색이 됩니다.<현종 10년> 

표준국어대사전, 영한사전,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시중의 한국사 출판물에 자색은 모두 ‘자주색, 자줏빛’으로 번역되어있지만, 한국사에 자주(紫朱)색으로 기록된 색명은 없다. 자색을 왜 자주색이라고 부르는지 그 연유를 알 수 없다. 주자(朱紫)는 색명으로서 주색과 자색 두 가지 색명을 가리키지만 ‘주색 띤 자색(朱紫)’ 한 가지 색명으로 기록된 사례는 없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사에 기록된 주자(朱紫)는 세 가지 의미로 기록되어 있다. 첫째, 주색과 자색 두 가지 색명으로서 주색(朱色)가교(駕轎), 주칠(朱漆)교의(交椅), 주칠(朱漆)반(盤), 주립(朱笠), 주의(朱衣)-주상(朱裳)의 조복(朝服), 주묵(朱墨). 자의(紫衣), 자포(紫袍), 자삼(紫衫), 자단령(紫團領), 자단(紫檀) 등. 

둘째, 백관의 공복, 또는 고위관리의 의미로 처음 사용된 것은 신라 법흥왕 7년으로, 백관 공복의 서열(朱紫之序)을 처음 제정했는데 자(紫)-비(緋)-청(靑)-황(黃)색의 순서로 정한 것이다. 

‘주자’는 세 가지 의미로 기록

◎주자(朱紫: 고위관리)가 천민과 노비에서 많이 나왔다. 장상(將相)에 어찌 씨(種)가 있는가. 때가 오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려사 신종 원년> 

◎연산군 난정을 겪은 이후 분수에 지나침이 극에 달해, (......) 용렬하고, 우매하며, 유치하고, 우둔한 사람이 금과 옥으로 만든 망건당줄(金貫子, 玉貫)로 치장하고, 주자(朱紫)의 복색을 입어 벼슬과 지위가 진흙처럼 천해졌습니다.<중종 3년> 

◎네 종류의 공신이 한꺼번에 특진하여, (......) 주자(朱紫: 고위관직) 금서(金犀: 금-무소뿔대)가 반열(班列)에 넘쳤다.<광해 5년> 

◎군신의 구별을 모르고, 천리(天理)의 올바름(正)을 모르며, 무리를 지어 주자(朱紫)로 영화를 삼고, 녹봉으로 이롭게 하니 국가에 털끝만큼도 보탬이 없습니다.<효종 9년> 

셋째, 주(朱)는 선(善: 正, 옳음), 紫(자)는 악(惡: 邪, 그름)의 의미로 쓰였다.

◎주자(朱紫: 옳고 그름)의 구별을 살피시고(察朱紫之分), (......) 정도를 밝히시고 사설(邪說)을 물리치시며,<선조 17년> 

◎예로부터 임금들이 이것을 싫어하여 갑자기 변별하려고 하면 주자(朱紫: 옳고 그름)가 쉽게 혼란하여(易亂, 역란), 헐뜯고 아첨하는 자들이 날뜁니다.<효종 4년>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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