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또 하루
사는 일이
벼랑을 타고 가는 일이라고
한 발 잘못 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라고
이 악물고 버텨낸 순간들마다
새파랗게 질리지 않은 날 없었다고
사람이 한 평생 사는 동안 어찌 꽃만 피고 향기로운 날들만 있을까.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도 불었을 것이다. 웃는 날들보다 훨씬 더 많은 날들이 고달프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악물고 버티는 이유는 이 순간만 지나면 다시 또 행복한 날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 벼랑 끝에 분명히 내가 원하는 그런 삶이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그런 희망마저 없다면 어찌 한 평생을 견딜 수 있을 것인가. 구절양장 같은 질곡의 시간들을 이끌고 오늘 또 하루가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곧 한겨울이 닥칠 것이고 그러면 저 푸른 잎들도 남김없이 떨어지겠지만 겨우내 칼바람을 이겨내며 꽃눈을 매달 것이다. 그게 삶이고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오늘 하루 힘들더라도 내일은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그렇게 믿으며 하루, 또 하루를 살자.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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