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노인 학대 예방한다”
“연극으로 노인 학대 예방한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5.11 16:17
  • 호수 1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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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대통령상 받은 ‘제주 빛누리실버연극단’
▲ 박 노인을 구박하던 아들 내외가 아들 준영을 통해 아버지의 소중함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노인보호전문기관
전직 교사 10명으로 구성된 어르신들이 노인 학대 예방을 다룬 연극 ‘박노인네 가족이야기’를 선보여 대통령 표창을 받아 화제다. 주인공은 제주 빛누리실버연극단.

이들은 2007년 8월 초중고에서 교직생활을 하다 퇴직한 뒤 제주특별자치도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노인 학대 예방 교육과 홍보활동 등 봉사활동을 하던 중 연극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노인 학대 예방의 중요성을 전달하자는 기관의 의견에 동참, 무대 위에 올랐다.

‘박노인네 가족이야기’는 박노인이 작은 아들집에 더부살이를 하게 되면서 아들 내외의 무시와 학대 등으로 갈등을 겪지만 손자 준영을 통해 다시 화합한다는 30분짜리 창작극이다.

연극의 ‘연’자도 몰랐던 이들이 무대에 올라 물오른 연기를 선보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작가와 연출가, 단원 사이의 의견 차이로 인해 대본이 탈고되는 순간까지 여러 번 각색되면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줄거리가 통째로 바뀌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5개월 동안 매주 2차례씩 모여 연습에 몰입했다. 2008년 2월 한 요양원을 시작으로 경로당, 노인대학, 사회복지단체 등 1년 동안 모두 15차례 공연을 펼쳤다.

▲ 박노인이 며느리 구박에 못 이겨 공원 벤치에 앉아 아내의 사진을 보며 슬퍼하는 장면.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노인보호전문기관
공연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예상 외로 뜨거웠다. 며느리가 박 노인을 구박하는 장면에는 ‘못된 것’ ‘어쩌면 저럴 수가 있느냐’, 손자 준영이가 어머니를 꾸짖는 장면에서는 ‘아이구 잘한다!’ ‘속이 다 시원하다’ 등 객석에선 연신 추임새가 쏟아졌다.
하이라이트는 바로 박노인이 며느리 구박에 못 이겨 공원 벤치에 앉아 아내의 사진을 보면서 슬퍼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에서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노인 학대 예방과 인식 개선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박노인 역을 맡았던 좌운국(71)씨는 “연극을 처음하다 보니 대사 외우는 일이나 동작을 표현하는 부분이 서툴러 어려움이 많았다”며 “하지만 연극을 통해 노인 학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물론 대통령 표창까지 받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극단 1기 어르신들은 연극 무대를 2기에게 넘겨주고 앞으로 노인 학대 예방 교육과 홍보활동 등 봉사활동을 이어 나가게 된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극단 담당을 맡은 양은경씨는 “1기에 이어 2기로 활동할 어르신들을 모집하기 위해 최근 오디션을 거쳐 7명의 어르신들을 선발했다”며 “올해는 ‘노인인식 개선’을 중심으로 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nnnews.c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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