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의 ‘방탄조끼’는 정말 튼튼한가보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나몰라라 하며 당당하지 못한 수법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이어서 거대 야당의 당 대표가 된 것은 모두가 사법적 리스크를 막기 위한 방탄용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방탄조끼의 효과는 눈부실 정도다. 그는 천문학적 돈이 오고간 대장동·백현동 개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온갖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검찰에 불려나가지 않았고, 단 한 번의 유죄 판결도 받지 않았다.
물론 추미애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뒤를 봐줘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응당 나왔어야할 증언도 나오지 않고 있다. 위에 언급한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원인불명의 사망자 등 4명의 희생자들이 한결같이 사건의 진실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닫고 무덤까지 가지고 갔다는 점도 불가사의다. 무엇이 그들을 죽는 순간까지 침묵하게 했는지 그 점이 무척 궁금하다.
이 대표가 여러 의혹과 관련해 어떠한 금전적 이득도 취하지 않았을 뿐더러 지역발전과 주민복지를 위해 사심 없이 행동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이 대표는 가까이 대하던 이도 불리한 경우엔 모르는 사람이라고 둘러대고, 자신이 대장동 개발 주체라고 했다가 뒤에는 “윤석열이 대장동 몸통”이라고 해 인간성마저 포기한 듯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그런 사람’이라는 인식이 사람들 뇌리에 박힌 배경에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불법사용 의혹도 한몫을 한다. 법카로 초밥과 소고기 등을 사먹은 아내의 혐의에 대해 그 집안의 가장으로서, 국고 손실의 책임자인 도지사로서 마땅한 행동을 취해야 함에도 그는 남의 일처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이 되고, 또 야당 대표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세상에 정의·공정·상식은 존재하는지 회의감이 든다. 이 대표는 계산된 치밀함, 용의주도함, 순발·돌파·방어력 등에서 남보다 특출나다. 본능적으로 ‘비리혐의 뒤집기’, ‘남에게 덮어씌우기’, ‘주의력 분산시키기’ 등에도 능하다.
최근에 그가 보여준 계산된 치밀함 중 하나가 지난 9월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출시킨 문자 ‘전쟁입니다’의 건이다. 경기도청 비서관을 역임했던 김현지 이재명 의원 보좌관이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 대표가 이 문자를 확인하는 모습이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는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를 희망할 때 의원들이 곧잘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검찰 출석을 ‘기습’으로 간주하며 이를 정치적 탄압으로 몰면서 동시에 민주당과 개딸(개혁의 딸) 등 팬덤에게 일사분란한 액션을 취해주기를 원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일부러 사진 찍혔을 것이라는 게 여의도 정가의 시각이다.
실제로 문자 공개 20분 만에 민주당 대변인은 “야당 탄압”이라며 기자회견을 했다. 이 대표는 심지어 본인 개인의 잘못으로 비롯된 검찰 출석 여부를 놓고 민주당 의원의 의견을 묻는 의총까지 열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처신을 보면서 최근 ‘오징어 게임’으로 에미상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의 수상 소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황 감독은 “무엇이 정의로운 사회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이 정의롭지 않은지는 누구나 안다. 나는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중략). 다만 ‘오겜’ 주인공(이정재 분)의 마지막 대사처럼 ‘인간성’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황 감독의 말을 가슴에 담고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검·경의 수사를 ‘야당 탄압’, ‘정적 제거’, ‘국고손실’ 같은 황당한 말로 호도하지 말고 정정당당히 협조하고 마땅한 법의 심판을 받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