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특별기고] 경로당을 더욱 멋지게 살리자
[백세시대 특별기고] 경로당을 더욱 멋지게 살리자
  • 김상혁 대한노인회 서울 은평구지회장
  • 승인 2022.09.19 11:15
  • 호수 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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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혁 대한노인회 서울 은평구지회장
김상혁 대한노인회 서울 은평구지회장

우리나라 경로당은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노인을 위한 제도이다. 그리고 전국 도시, 농촌과 어촌 어디에나 골고루 자리 잡고 있다.

외국 노인 복지시설을 돌아보아도 우리나라 경로당과 같이 동네 가까이에 노인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없다.

30여년 전만해도 한국 국민 모두는 유럽 복지국가들의 노인을 위한 제도와 시설들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우리나라에도 지역마다 복지관 등 노인을 위한 시설이 생겨났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요양병원과 요양원들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양로원에 갇힌 노인들이 자녀들에게 ‘어디든 날 좀 데려가 달라’고 하소연하는 모습도 볼 수가 있다.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오래 머물수록 ‘불행한 말년’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 시설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특히 그곳에선 환자가 누워만 있는 경우가 많아 신체기능이 더 빨리 저하될 수 있다.

‘행복한 말년’을 위해서는 요양시설 입원 대신 다양한 재가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방문재활 등 재가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것도 노인들이 시설로 가는 원인 중 하나다.

경로당 주기적 방문진료 실시를

우리나라 경로당에도 1개월에 1번씩이라도 의사와 간호원이 주기적으로 방문 진료를 하는 것이 전국 경로당 노인들의 소원이다. 전 정부에서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지역사회 통합돌봄)를 보편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시범사업에 머물고 있다. 이 제도는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본인의 집이나 동네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다양한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노인복지 등 노인을 위하는 척 외치지만 그 시기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확 바꿀 수 있는 노인복지 제도가 많다.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도 너무 크고 거창한 구호나 목표를 발표하는데, 실현가능한 말단 경로당의 작은 일부터 챙겨주었으면 고맙겠다.

전국 경로당 회장들은 명예직이라고 거의가 한 푼의 교통비도 없이 1년 내내 경로당과 노인들을 돌보고 지회를 수시로 다녀오지만 위에서는 모르는 척 하고 있다. 동네 통장은 몇 년이 되어도 얼굴 한 번 못 보는데 월 약 40만원 수고비가 지급된다.

물론 현재 경로당에도 여러 가지 불합리한 관례와 문제점이 있다. 경로당마다 차이는 있지만 신입 회원에 텃세로 터무니없는 가입비를 요구하거나, 회원이 많다는 등의 구실을 내걸고 가입을 거부하는 사례 등 고쳐야할 점도 많다.

경로당에는 월 27만원 받는 식사도우미 노인일자리가 있지만 식사준비 때 식탁 앞에 가만히 앉아 수저 하나 놓지 않고 대접받으려는 회원이나 상 한번 치우지 않는 회원 등 서로 돕지 않는 풍조가 만연된 경로당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경로당에는 따듯한 무료 점심이 노인들을 기다리고 있어 즐겁다.

그리고 나라에서 세운 관립 경로당과 아파트에서 만든 사립 경로당이 있는데 정부의 지원 금액과 기타 지원 등에 차별이 있어왔다. 이것도 고쳐야할 부분이다.

노인일자리 축소 소식에 걱정 태산

수년 전부터 정부가 주도하는 노인일자리는 처음에는 노인들이 기피하였으나 세월이 지나며 모두 반기는 좋은 사업이 되었다. 돈의 액수보다 노인들이 집안에 웅크리고 앉아 TV나 보며 세월을 보내다가,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니 당당한 삶을 산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였다.

그런데 전국 노인들이 생활비를 벌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현 정부가 축소시킨다는 소식에 몇 푼 벌이하는 노인들의 걱정이 태산 같다. 보수정부라면 노인들을 더욱 우대해주어 일당 금액을 올려줘도 시원찮은데 일자리까지 줄인다니 기가 막혀 한숨만 쉬고 있는 실정이다.

또 정치인들은 경로당을 남의 일같이 생각하고 아직도 다수의 노인들이 이용하는 경로당을 경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보기에 노인들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국의 노인들은 불평도 못하는 사회, 잠자코 있어야 중간이라도 가는 사회에서, 아파도 안 아픈 척, 없어도 있는 척, 몰라도 아는 척하는 체면치레 교육을 은연중 받은 착한 사람들이다.

코로나로 인해 경로당들이 폐쇄되었을 때 경로당 실태를 파악하려고 돌아보니, 삼복더위로 많은 노인들이 경로당 밖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에어컨이 있는 경로당에 못 들어간다는 불평 한마디 없었다. 

이 노인들이 바로 묵묵히 일하며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이끈 역군들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단기간 내 경제성장을 이뤄낸 반면 복지정책 수립이 뒤처져 오늘날 노인들의 고통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노인들도 밥 잘 먹고 편히 잠자는 복지에서 돈과 건강 문제를 넘어 즐겁게 생활하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기가 다가온다. 이제 정부에서 경로당에 조금만 더 아낌없이 지원하면 ‘한국의 경로당’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시설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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