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배우자와 함께하는 행복한 노년 생활을 꿈꾸며 /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칼럼] 배우자와 함께하는 행복한 노년 생활을 꿈꾸며 /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2.09.19 11:19
  • 호수 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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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노화로 인한 각종 질병에도

평생 반려자가 곁에 있다면

노년의 삶에 큰 힘이 될 것

건강‧재산에만 투자할 게 아니라

배우자와 함께 하려는 노력 필요

얼마 전 일본에서 전체 이혼 중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가 이혼하는 이른바 ‘황혼 이혼’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지난 2020년 인구변동통계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 전체 이혼 중 ‘황혼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이 21.5%로 통계가 기록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예전부터 일본에서는 노령연금을 받게 되는 나이가 되면 갑작스럽게 이혼을 하는 부부가 늘고 있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많지 않았고 가족 내에서 가사를 전담하는 전업주부로 살아가야 하는 일본 사회에서 여성들이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독립이 가능해지자 그동안 불만을 가지고 이어 온 결혼을 마무리하고 이혼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황혼 이혼이 늘어나서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하니 이웃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부부 관계는 사랑으로 시작하게 되지만 평생을 같이 살아가다 보면 든든한 동료로 지내게 되는 데 서로를 가장 필요로 하는 노년 시기에 헤어지기로 결정한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진다. 

노인병내과 진료를 담당하다 보면 부부를 동시에 진료하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인성 만성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처음에는 환자의 보호자로 진료실을 방문하다가 나중에는 부부가 같이 진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배우자가 치매나 암과 같은 질환으로 상태가 악화되면 부부가 그 어려움을 같이 겪어 나가야 하다 보니 많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게 된다. 본인도 여러 질환으로 몸이 편치 않은데 배우자를 돌봐야 하는 간병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상황이 더 심각해지는 듯하다. 

그래서 가끔은 본인의 건강상태에 대한 상담보다는 진료시간 내내 배우자의 문제와 간병과 관련된 고충을 이야기하고 진료실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환자가 입원을 한 경우에도 간병하시는 분의 건강이 염려될 정도로 극진하게 옆자리를 지키는 배우자를 보게 되면 과연 이 환자분은 젊었을 때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극진한 간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와는 반대로 배우자에게 무관심한 경우도 있다. 입원을 한 환자의 배우자가 보호자로 병실에 있기는 하지만 환자 상태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환자가 입원을 해도 거의 병실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본인 건강이 좋지 않아서 간병을 할 여유가 없고 상황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매우 건강한데도 불구하고 배우자의 건강상태에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간병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면 젊었을 적 속을 많이 썩게 하거나 가정을 등한시하고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경우가 많아 “젊을 때 잘해야 늙어서 대접받는다”라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젊었을 때는 가족과 배우자 이외에도 관심을 가질 곳이 많겠지만 나중에 몸이 아프고 힘들어진 시기에 가족의 위로와 돌봄을 받지 못하고 외롭게 병실에 남겨져 있는 상황을 볼 때면 왠지 모르게 씁쓸해진다. 

노년이라는 시기는 건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으로 인생의 정점에서 내려가야만 하는 어려운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을 든든한 동료와 같이 할 수 있다면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같은 취미나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 대화의 주제를 공유할 수 있고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고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좋을 듯하다. 

특히 그 취미가 등산, 운동, 자전거 타기 등과 같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면 일석이조가 될 수 있겠다. 물론 너무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다 보면 다툼도 있을 수 있으니 가끔씩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과 여유가 있는 것이 필요하겠다. 

또한 외래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부부간에 잔소리와 간섭이 많아서 힘들다고 하는 것인데 젊을 때보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면 나와는 다를 수 밖에 없는 배우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도 중요하겠다. 

노화로 인한 변화를 같이 헤쳐나갈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을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살 수 있다면 노년의 생활도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 건강과 재산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고 오래도록 같이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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