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전, 쐐기문자 점토판 등 메소포타미아 문명 한눈에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전, 쐐기문자 점토판 등 메소포타미아 문명 한눈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9.19 14:25
  • 호수 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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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쐐기문자로 제작된 점토판 문서 등을 통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단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소개한다. 사진은 전시장에 소개된 ‘구데아왕의 상’과 이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시는 쐐기문자로 제작된 점토판 문서 등을 통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단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소개한다. 사진은 전시장에 소개된 ‘구데아왕의 상’과 이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美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 기획… 인장, 벽돌 패널, 조각상 등 66점

점토판에 기록된 유산분쟁 흥미… ‘아쉬타르 문’ 장식 ‘사자벽돌’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인류 최초의 문자(쐐기문자)와 최고(最古)의 서사시인 ‘길가메시’, 가장 오래된 법전인 ‘우르남무 법전’과 ‘함무라비 법전’, 그리고 ‘태음력’과 ‘60진법’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메소포타미아는 그리스어로 ‘두 강(포타미아) 사이(메소)의 땅’이란 뜻이다. 

현재 이라크의 유프라테스·티그리스강 사이를 중심으로 기원전 6000년 전후 농경 촌락들이 생기면서 시작됐고 수메르, 악카드, 바빌로니아 등 도시와 도시국가, 왕조, 제국으로 이어지며 고대 문명의 한 축을 형성했다. 국내에서는 다른 고대 문명들보다 덜 알려진데다가 접하기도 어려웠다

이러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메소포타미아실’을 신설하고,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 기획으로 2024년 1월 28일까지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전을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점토판 문서, 인장, 초상미술, 벽돌 패널 등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한 66점의 유물을 공개한다. 총 3부로 구성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주요 성취를 소개한다. 문자, 인장, 종교, 초상 미술을 접점으로 삼아 고대 문명의 다양한 모습을 전달한다.

쐐기문자 발명 이후,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점토판에 많은 기록들을 남겼다. ‘1부 문화 혁신’에서는 이러한 문자 탄생 이후 도시의 등장 등 문명의 발전 과정을 들여다본다. 초기에는 신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고대 사회의 거래 내역, 농작물 수확‧회계 등을 기록했고, 이후에는 의학과 법률에 대한 기록도 남겼다. 

기원전 547년경 제작된 쐐기문자 점토판.
기원전 547년경 제작된 쐐기문자 점토판.

또한, 개인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화도 새겨놨는데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유물이 기원전 547년경 제작된 점토판 ‘승계와 상속에 관한 대화를 기록한 문서’이다.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한 가정의 상속 내용을 담고 있다. 아들이 자신의 친자식이 없으므로 부인이 결혼하면서 데려온 아이에게 재산을 상속하고자 한다고 아버지에게 청하자, 아버지는 ‘나와 너의 핏줄만 유산과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다’라며 거절하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점토판 ‘맥아와 보릿가루 수령 내역을 적은 장부’(기원전 3100년 전후)는 당시 도시국가의 중심 역할을 한 신전에서 맥주 양조업자에게 발행한 거래 장부로 추정된다. 구구단 중 5단 곱셈표를 기록한 ‘5단 곱셈표’(기원전 2000년)와 갖가지 상거래 기록, 판결문, 귀 치료 처방전,  신과 통치자를 향한 찬가 등이 새겨진 점토판들도 있다. 

‘2부: 예술과 정체성’에선 ‘구데아왕의 상’ 등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예술 세계를 살핀다. 기원전 2090년경에 만들어진 ‘구데아왕의 상’은 왕의 초상을 담은 석상이다. 당시엔 왕의 굳건함을 알리기 위해 제작하곤 했는데, 부릅뜬 눈과 다부진 몸은 왕의 건장함을 상징한다. ‘구데아왕의 상’은 지금까지 30여개 정도 발견이 됐는데,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원통형 인장은 메소포타미아 조형예술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새긴 다음 평면에 찍으면 글씨나 형태가 나타나는 2차원 방식의 요즘 도장과 달리 이들의 도장은 ‘2.5차원’이었다. 대리석, 뼈 등을 원통모양으로 다듬고 표면에 모양을 새긴 뒤 이를 축축한 점토판 위에 쭉 굴리면 문양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이름 등 정보와 함께 신을 그린 그림, 영웅이 괴물을 잡는 그림 등 장식을 넣었다.

이와 함께 방해석(方解石) 등 귀한 재료로 만든 ‘신에게 바치는 그릇’과 악기 하프에 달던 황소머리 장식 등 예술품도 만나볼 수 있다.

2부에서 3부로 넘어가는 공간에는 3면의 패널에서 영상이 재생되는 거대한 정육면체 미디어 큐브가 설치돼 전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이 큐브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세계관과 예술적 성취’를 테마로 한 이미지 영상이 상영되는데 벽돌, 물결, 쐐기문자 등으로 이어지는 영상은 문명의 발전 과정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의 마지막인 ‘제국의 시대’에서는 문명을 대표하는 두 제국의 대표적인 예술을 다룬다. 이중 눈길을 끄는 작품은 사자가 화려하고 정교하게 표현된 ‘사자 벽돌 패널’(기원전 600년 전후)이다. 신 바빌로니아 제국의 수도이던 고대 성곽도시 바빌론의 웅장하고 화려한 성문 ‘이쉬타르 문’과 포장도로인 ‘행렬의 길’을 세울 때 활용된 장식 유물이다. 유약을 발라 아름다운 빛깔의 벽돌로 쌓은 벽이었는데, 전시에서는 빛을 받아 반짝였을 광경을 상상해 아름다운 빛깔을 띤 미디어 벽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신성한 길로 들어서고자 했던 메소포타미아인들의 생각을 재현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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